미국은 어수룩한 나라이다. 잘 속아주는 나라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막강한 힘으로 세계를 지배한다. 어수룩하고 잘 속아주는 나라가 어떻게 최첨단의 과학을 개발하고 군사력을 동원해서 세계를 감독할 수 있을까? 자유와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 습성의 탓일까 학생들의 옷차림은 걸레처럼 후줄그레하고 어른들의 모습이나 걸음거리도 서구의 신사들 처럼 말끔하고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여러 민족, 여러 문화들의 사회 체제가 꽃바구니처럼 조화를 이뤄 발전해가는 모습은 너무도 신기하여 감탄하며 존경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인들의 삶 속에는 크레딧으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신용사회의 형성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불문율로 통용되는 준법사회라고 생각이 든다. “신용”의 반대말은 “불신”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겠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
너무도 신용이 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콩으로 메주를 쑤지 팥으로 메주를 만들까? 얼마나 거짓말에 만성이 되엇으면 남의 말에 팔팔 끓는 오지그릇 속에 제 손가락을 지지겠다는 맹세를 할 수 있을까?
나는 대학시절 아주 친한 단짝 친구 한 명이 있었다. 어느날 그는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까지 그는 약속시간을 어겨본 일이 없었다. 한 시간을 길거리에 서성거리며 기다렸다. 그는 헐레벌떡 달려왔다. 버스 바퀴가 펑크나서 네가 기다릴까봐 뛰면서, 걸으면서, 달려왔다고 했다. 평소에 약속을 어기는 친구였다면 30분을 기다려 주었으면 되었겠지만 그는 내게 약속을 어겨본 일이 없어서 꼭 오리라는 신념으로 기다렸던 것이다. 40여년 전의 일이었지만 그 때 나는 큰 깨달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몇일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림 전시회에 함께 가자는 제안이었다. 나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는 그날 아침까지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날 하루를 공치고 말았다. 그날 저녁 전화를 했더니 너무 바빠서 가지 않기로 했다는 일방적인 취소였다. 그에 대한 약속 크레딧은 0점으로 기록된 셈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성공하고 존경을 받는 분들의 인격적인 생활들은 교육이나 교양에 앞서 자기가 한 말과 행동, 그리고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을 질줄 아는 성숙한 사회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한인사회 가정이나 단체들도 삶의 크레딧을 회복하려면 처음에는 손해를 보고 사기를 당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겠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많다는 정직성, 책임성 그리고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행동과 경험들을 생활신조로 쌓아가면서 조변모개(早變暮開)의 처방 습관들을 바꾸어 2세들에게 삶의 패턴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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