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에 펜실베니아의 허시 파크를 다녀왔다.
뉴욕에서 3시간 반 거리인 이곳은 여러 놀이기구나 게임이 유명하지만 초콜릿 월드는 언제 보아도 재미있었다.
회전카를 타고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를 수집하는 것부터 포장공장에서 완성된 초콜릿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보고 나올 때는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달라붙어 있다. 출구에서는 종업원이 허시 초콜릿을 관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준다.
그것을 보면 ‘이렇게 완전 세뇌 당하니 평생 허시 초콜릿을 먹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하게 되는데 어린이일수록 그 강도가 강할 것이다.
어려서 맛본 과자의 맛이나 추억의 뿌리는 상당히 길고 질기다.
60년대 초, 한국 아이들에게는 ‘과자’ 라는 것이 참으로 빈약했다.
동네 점방에서 건빵을 팔았는데, 가게 앞전에 수북하게 쌓아놓고 가게 아저씨의 시커먼 손으로 십 원에 열 개, 혹은 스무 개씩 개수를 세어주었다. 그 불량식품을 어떻게 먹었을까 싶은데, 먹다가 싫증나면 대접의 물에 띄워 퉁퉁 불려서 먹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노란 옥수수빵이 있었다. 극빈자 가정에 나눠주고 남는 것은 일제고사를 잘 친 아이들에게 상으로 주었었다. 입에 들어오면 살살 녹던 그 빵맛은 지금, 어떤 빵가게의, 아무리 비싼 옥수수빵도 그 맛을 못 따라간다.
그 시절, 집에서 만들어 준 간식이라야 막걸리를 넣어 만든 찐빵, 기름에 튀겨주던 꽈배기가 고작이었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 오면 쉬 배가 꺼졌다.
간식거리가 늘 모자라 헉헉거리던 동네 꼬마들은 지프차가 주차해 있으면 차 주위로 몰려들었다. 차가 ‘붕’ 떠나면 꽁무니를 따라 뛰어가 배기 가스 냄새를 들이키며 ‘맛있다’고 했다. 물론 어른들의 야단치는 소리가 대단했다.
지금 먹으라고 하면 질색을 할 간식거리로 또뽑기도 있다.
또뽑기 할아버지가 나타나면 온 동네 조무래기들이 그 앞에 쪼그리고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국자 안의 새하얀 설탕이 서서히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침흘리며 구경했다.
다 익으면 국자를 철제판에 엎고 얇게 눌러서 새나 고양이 모양의 틀을 누르고 그 모양을 하나도 망가뜨리지 않고 원형대로 오려내면 또뽑기를 공짜로 한번 더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쉽지 않아서 번번이 모양이 부러지고 마는데 더러는 침을 살살 바르기도 했고 머리를 써서 바늘로 하면 아무리 완벽하게 새나 동물 모양을 오려내어도 인정되지 않았다.
60년대 후반 일본에서 자리잡은 롯데제과가 한국에 들어오고 기존의 해태제과와 동양제과와의 삼파전이 이뤄지며 다양한 종류의 과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70년대 들어 라면문화가 탄생하며 뽀빠이, 라면땅 등이 나왔고 새우깡, 초코파이, 맛동산, 브라보콘 등외 초콜릿, 캔디, 껌 등이 합세하여 종합과자 시대를 열었다.
한인밀집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친구는 곰보빵과 단팥빵의 맛을 잊지 못해 플러싱 나온 김에 잔뜩 사 갖고 갔더니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한입 먹고는 “왜 이렇게 달아?” 하고는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더라고 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어려서부터 먹어온 피자나 햄버거, 타코의 맛이 최고라고 할 것이다.
지난 12일 추석을 지내 집안에는 먹을 것이 널려있다.
하지만 옛날에 차례를 지내고 온 집안식구들이 조금씩 맛본 곶감이나 밤, 대추 맛이 나지 않는 것은 사치스러워진 입맛 탓일까?
그것보다는 어린 시절 맛본 과자 맛에는 지금은 생존하지 않는 부모나 다정했던 친지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 옛사람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추석을 보내면서, 옛 맛을 떠올리며 ‘과거로 가는 기차가 있다면 단 한번만이라도 타보고 싶다’는 공상만화 같은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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