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 산골짜기를 다녀왔다. 그 곳에서 멋쟁이 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미국인 사업가이고 또 한 사람은 서울에서 온 한옥 건축가다. 미국인 사업가인 프랭크 이스테리씨는 버지니아주 유서 깊은 이 산상에 넓은 임야를 가지고 있었다. 해발 고도 3,300피트라니 가히 그 높이를 짐작할 만 하다. 산 능선들이 첩첩하고 장엄하여 하늘에 맞닿아 있다 해서 Blue Ridge 산맥이라 부른다.
그는 사업관계로 유럽과 아시아를 자주 나들이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암벽 아래 자리잡을 별장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식 집은 멋대가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이 암벽에는 아무래도 곡선미가 있는 조형물이 어울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른바 선과 원이 만나는 상대성 조화의 감각이다.
“서울에 가면 나를 매료시키는 것이 있어요. 한국의 전통 기와집, 그리고 여성들의 멋진 치마 저고리, 이것이야 말로 조화를 이루는 한 포기 예술이었어요.” “멋있단 말이야! 참으로 멋이 있어.” 그는 한옥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서울의 금성 기와 전문가(박주복 상무)를 미국으로 불러들인다. 흥정이 시작된다. 돈의 흥정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한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다.
“못을 쓰지 않는 집?” “300톤이 넘는다는 무게를 떠받쳐 주는 지붕과 기둥들의 힘의 역학관계?” 그리고 또 그리고? 미국식 건축양식으로는 풀 수 없는 한옥 특유의 공법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서울의 금성기와 임오혁 사장은 해외에 전통 기와집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기와장을 둘러 매고 35개국을 둘러 보았다는 억척 사업가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를 「한옥 전도사」라 부른다.
가격 흥정이 연일 계속된다. 고집 센 사람들의 줄다리기, 그리고 그들의 집념. 미국측 계산대로라면 손익 분기점 이하인 듯 싶다. 그래서 망설인다. 고민한다. 마지막 결정을 위해 서울에 전화를 했다. 임사장의 괄괄한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 퍼진다.
“제기랄, OK다. 밀어부쳐! 미국에 어떻게 해서든 한옥을 세워야 해. OK?”
이렇게 해서 이곳에는 한옥 본채, 6각 정자, 대문과 담장(1차 공사), 그리고 3채의 정각(2차)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산상에는 지금 한국에서 온 목공들이 주초를 치고 기둥 세우기에 부산하다. 이제 명년 늦봄이면 이 멋진 사람들이 이룩한 경관을 볼 것 같다.
「뾰쪽 뾰쪽 금강산은 높은 봉우리 1만2천, 평지를 바라보고 내려오다 보니 사흘 밤을 창공에서 지샜구나」
「그 방랑시인 김삿갓이 미국에 왔어요. 풍류를 즐기는 한인의 멋이 바람 타고 미국에 왔어요」
여러 날을 그들과 머리를 맞대 왔던 나의 흥겨운 콧노래다.
절경으로 치면 금강산 보다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금강에 암자가 구성지듯 이들 한옥들은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남들은 하찮은 돌멩이에도 민족의 얼이 깃들여 있다 해서 소중히 하는데 미국 멋쟁이가 알아주는 한인의 멋을 우리는 왜 깜박하고 있는가. 좁은 골방에서 왜 아옹다옹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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