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3.’
잘 해 내길 바란다. ‘1293’은 나의 Bid Number이다. 3월 30일, 일요일에 산호제 머큐리신문사에서 주관하는 10킬로미터 달리기에 참가하는 나의 번호이다.
어제였다. 도착한 우편물을 정리하면서 광고물로 보이 길래 쓰레기통에 버리려다말고 어디서 온 것인가 보니 산호제 메큐리 신문사이었던 것이다. 열어보니 ‘1293’이라고 프린트된 나의 배 번호 판이었던 것이다.
내가 달리기를 신중하게 시작한 것은 2001년 3월이니까, 정확히 2년 되었다.
TV 방송에서 요쉬카 피셔 (Joschka Fischer)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청하고서부터 이었다. 피셔는 1948년에 태어난 독일 연방의회의원, 연합 당과 녹색당 대변인을 거쳐 현재 독일 연방공화국의 Foreign Minister이다. 요즘 TV뉴스를 보면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는 독일을 대표하고 있어 유엔회의내용을 보고할 때면 여기저기서 피셔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2년 전의 방송은 그가 유명한 정치인임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통해 112킬로그램의 거대한 몸에서 75킬로그램으로 일년만의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50살의 문턱에서 말이다.
뚱뚱한 그의 모습이 수도승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는 변화의 원인과 과정을 방영하고 있었다. 관심을 갖고 열심히 보았다. 지난 몇 년간 운동을 짬짬이 하고 있던 나는 달리기가 내 몸에 맞는 것 같다고 느껴오던 중이었기 도 했다.
나는 그때 방송이 끝나자마자 곧장 밤 12시에도 불구하고 Gym에 다녀왔었다. 피셔는 16킬로미터를 계속 뛰었다고 했다. 대략 11마일이다.
그 날밤 처음으로 50분을 뛰었던 것이다. 거리 상 4마일 반 조금 넘었다. 달리기엔 올바른 운동화가 필요하다 기에 다음날 세상 처음으로 운동화를 진지하게 골랐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이었다.
올해 초에 나의 삶을 좀 더 향상하고 싶었다. 달리기도 향상하고 싶었다. 이 동네 달리기에 대해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3월 30일에 있다고 하여 곧 등록을 하였던 것이다.
등록을 해 놓고 과연 10킬로미터, 약 6.2마일을 달릴 수 있을까하여 첫 10킬로미터를 시도했던 날을 기억한다. 그 날은 참으로 진지했었다. 그리고 어떠한 목표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목표가 있으니까 힘들어도 6마일을 뛸 수 있었다. 얼마 전 만하여도 중간 중간 한번도 쉬기도 하고 두 번도 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삼 사십분간은 쉬지 않고, 어떤 날은 1시간까지도 꾹 참고 달릴 수 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이기기 위해 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이 40이 넘어 달리기를 하면서 누구와 경쟁을 하겠다고 달리기를 하는가 말이다.
달리기는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되는 자아여행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이해가 되는 말이다. 하나가 되지 못하면, 아니 비슷하지도 못하는 날은 너무 힘들어 달리기를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CD 나 테입 등을 들으면서 달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달린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편이다. 신경을 쓰는 것이 있다면 호흡이다. 몸과 호흡을 잘 맞추면 달리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굳이 빨리 달리겠다는 생각도 없고 내 속도로 달린다.
3월 30일 오전 1293 번호표를 달고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호세 다운타운을 달릴 것이다. 잘 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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