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9시 오헤어 공항 국제선 청사, 한국으로 떠나는 대한 항공 탑승 창구는 수속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승객들로 혼잡을 이루었을 뿐 세풍사건의 주역인 이석희 씨의 신병인도와 관련한 어떠한 동요도 느낄 수 없었다.
탑승 수속은 차질 없이 진행됐으며, 이씨의 소환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본보를 비롯 수명의 취재진들만이 ‘이씨는 대리 수속을 밟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속에서 이씨의 출현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9시 30분쯤, 평범한 모양의 검은색 승용차와 검은색 스테이션 왜건 차량이 맨 처음 청사 밖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차량 바깥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여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 용의자를 수행하기엔 지나치게 무방비 상태로 보이는 차량들의 모습으로 인해 취재진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지만, 공항 경찰 요원들이 수시로 차량으로 다가가 뭔가 확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취재진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20분 후, 시카고 총영사관의 최동규 영사와 이씨를 수행하기 위해 온 한국 검찰청 소속 3 명의 수사관이 마침내 탑승창구로 나타나자 두 대의 차량이 이씨를 태운 것을 확인한 취재진들은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고 이 씨의 모습을 담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씨는 곧바로 차안에서 내리지 않았으며, 최영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대리 탑승 수속을 밟은 후 이 씨를 미시간에서부터 호송하고 온 연방 마샬 요원과 함께 이씨의 이송 절차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영사관측에서는 “어떠한 사진 촬영도 허용하지 않으며, 만약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법에 따라 집행하겠다”는 연방 마살측의 의도를 전달함으로써 취재진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이윽고 탑승창구에 있던 검찰 수사관 및 영사관 직원들이 청사내에서 게이트로 들어가기 위한 보안 검색대로 이동, 이씨를 태운 차량도 어디론가 움직였다. 취재진들 역시 청사안 요원들의 움직임과 청사밖 차량의 행방을 감지하기 위해 제각기 흩어져서 이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검찰 수사관들이 승객 외 출입 제한 구역인 보안 검색대를 완전히 통과한 후에도 이씨는 나타나지 않자 아마 이씨는 일반인들과는 다른 경로로 탑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취재진들 사이에서 오고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취재진들의 이러한 방심을 예견한 듯, 보안 검색대 근처 출입구를 지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차량이 갑자기 정지, 이씨는 마샬 요원3명의 호위를 받으며 순식간에 보안 검색대를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 몇 명은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이후의 이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시도하다 공항 요원들에게 연행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짧은 머리에 비교적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던 이씨는 하늘색 셔츠에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수감생활을 한 용의자의 모습답지 않게 마샬요원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등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박웅진기자
jinworld@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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