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스탈린 체제의 전체주의 악몽을 그린 걸작 ‘1984년’이 꼽힌다. 이 소설에서 ‘빅 브라더’라는 독재정권은 체제를 유지하기 사상 통제, 개인생활의 감시, 그리고 영속적인 전쟁상태로 조장된 애국심과 공포 등 3가지 수단을 동원한다.
오웰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단순히 공산주의나 파시즘을 비판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현대사회의 문제를 경고하려는 목적에 있었다. 그래서 냉전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그가 50년 전 지어낸 가공의 세계는 지금도 현실성을 잃지 않고 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디어 소유 규정을 대폭 완화, 미국인들의 사고에 큰 영향을 행사하는 언론매체를 소수의 회사가 독점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을 시도했다. 한편 인터넷 등의 정보혁명은 개인의 사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크레딧카드, 인터넷, 그리고 셀폰을 사용할 때마다 개인정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유출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웰의 세계를 연상케 하는 것은 9.11테러를 계기로 조장된 미국의 분위기인 것 같다.
9.11테러 직후 서둘러 제정된 애국법은 수사 당국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시민을 적절한 영장 없이 감시하고 혐의 없이 구금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 미국인들과 특히 외국인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시민단체로부터 반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한술 더 떠 애국법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체니 부통령이 지난 21일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면서 이라크를 테러리스트들의 ‘지리적 기지’(geographic base)로 표현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오웰식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라크를 알카에다의 기지라고 부를 근거는 없다.
알카에다가 뿌리를 내린 이집트,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등 중동 세계를 볼 때 오히려 이라크는 한가운데 뻥 뚫린 거대한 구멍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오직 이라크가 지리적으로 중동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럴 듯하게 들릴 뿐이다. 오웰은 ‘1984년’에서 이같이 정부관리가 고의로 애매하게 말해 국민을 기만하는 표현법을 가리켜 ‘뉴스피크’(Newspeak)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같은 오웰식 표현은 미국인들을 오도하는데 대성공을 거뒀다. 미국인들의 70%는 아직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9.11테러에 연관된 것으로 믿는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물론 미국에 ‘빅브라더’는 없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3분의2가 앞으로 개인적 자유가 침해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과반수가 이를 적절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 미국이 오웰의 세계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정아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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