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재(내과전문의)
부시의 재선은 많은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선거 당일, 뉴욕지역에는 비가 내리리라던 일기예보에서부터 새로 등록한 1,000만에 가까운 신규 유권자가 민주당 지지로 선거 판도를 바꿔 놓으리라던 예상도, 이라크 침공 후 평화를 얻지 못한 정책 오판으로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가 50% 이하면 재선은 어림없다던 언론의 보도는 모두 빗나갔다.
예를 더 들자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최대의 바보는 출구 조사를 슬쩍 말한 여론조사의 오판이다. 간사한 주식시장은 당일 하향세를 이루고, 저녁 뉴스시간의 선거 전문 패널리스트의 논조는 까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부시의 패배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 했다.
2000년 대선 개표 당시처럼 엎치락 뒤치락하는 시소 게임에 동승하지 않으려 11월 2일 저녁 뉴스만 잠깐 듣고 잠을 청하리라 미리 작정했는데 7시부터 미국 지도판이 점점 붉은 색으로 칠해져 가는 것을 보며 잠은 고사하고 새벽 1시 반까지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장장 8시간을 TV를 본 셈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TV를 본 적은 없다. 70년대 양키팀이 9회말 2사 후 드라마틱하게 홈런으로 이기고 또 이기고 하던 탓에 양키게임에 중독된 적은 있지만.스릴의 고개턱인 선거인단 270표가 팍스 뉴스나 채널 4에서는 369 숫자에서 바꾸지를 않고 자정을 넘기고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지도는 중남부를 시뻘겋게 물들였는데도.서너시간 잠잔 후 다음날 이른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던가? 269의 고개마루에 걸터 앉아있는 선거인단 수를 어떡하겠는가.북부 뉴저지의 어느 골프장에서 이날 아침 사람이 없어 3시간 반만에 18홀을 끝내고 골프장 카페테리어에 들어오니 TV에서 케리 상원의원의 패배 인정의 연설이 들리고 있었다. 부시의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면서도 케리 상원의원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에도 젖어들고 있었다.
2년여의 장정끝에 패배를 인정해야 하는 그의 심정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지난 한국 대선 때 이회창 후보 패배 때 느꼈던 그런 연민의 정이다. 승자의 아량과 패자의 숙연함이 교차하고 모두가 상생과 화합을 이야기하고 이 갈라진 미국의 봉합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고 한다.선거가 끝나면 으레 듣는 정치인들의 레토릭이지만 그것은 절실하고 타당할진대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11월 4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은, 부시의 승인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친화력과 9.11 테러의 기억, 그리고 도덕적 이슈의 선점이다. 채널 2의 ‘60분’ 프로그램의 ‘레슬리 스톨’이 진작부터 대통령의 남성적 팩터(Factor)로 부시의 손을 들어주던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이 두 언론은 반부시 진영에서 끝까지 논조를 펴왔고 그래도 부시정권으로부터 세무 조사를 받지 않았고 ‘역사의 반역자’라는 말은 듣지 않았다.
차제에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1)이민자는 무조건 파란 색깔이어야 하는 점과 (2)이곳이나 한국 대학생들에게 정당한 이념 논쟁의 장을 펼쳐주고 사고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 대 반민주니, 색깔론이니 역색깔론으로 진부한 논쟁 속에 날을 샐 것이 아니라 리버럴하면서도 보수적 색채를 띄었던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곱씹어 보자.
“국가가 당신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들이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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