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맨몸으로 중소 기업을 일으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다행히 사업도 잘 되고 늘 근검 절약하는 생활을 해온 탓에 말년에 수백 억대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자녀도 아홉 명이나 됐지만 모두 화목한 사이였다.
그러나 A씨가 중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자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산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놓고 형제간에 다툼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말로 티격태격 하던 것이 끝내 법정으로 가게 됐고 그 바람에 미국에서 세탁소 등 스몰 비즈니스를 하며 단란하게 살던 형제들까지 본업을 제쳐 두고 한국에 달려가 소송에 매달리는 바람에 생활이 엉망이 됐다.
오랜 다툼 끝에 재산을 둘러싼 분쟁은 그럭저럭 마무리 됐지만 형제들은 이제는 명절에도 보지 않는 사이로 변했다. 부모가 재산을 남겨주지 않았으면 의좋게 살 자식들이 돈 때문에 생으로 서로 원수가 된 것이다.
상속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가 큰 재산을 남겨준 경우 대체로 세 가지 경우의 하나로 끝나기 쉽다고 한다. 하나는 그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고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탕진하는 경우, 또 하나는 주색잡기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경우, 마지막 하나는 자식간에 재산 싸움이 벌어져 원수가 되는 경우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예외는 예외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한국 부모들은 자신이 모은 재산을 어떻게 해서든 자식에 넘겨주려고 한다. 최근 실시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장년층이 자신의 노후 대비에 못지 않게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돈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 LA 한인이 동생과 한국에 공동 투자한 3억 원대 부동산 때문에 다툼을 벌이다 결국 동생 총에 맞아 숨졌다. 이 동생은 다른 동생까지 죽인 뒤 자신도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결국 돈 때문에 3남매가 몰살당하는 참변이 벌어진 것이다.
인간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것 같지만 실상 별로 없다. 기껏해야 좋은 집에서 좋은 차 타고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정도다. 모두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악착같이 이를 벌어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애쓰고 자식들은 이를 더 차지하려 싸운다. 정말 부질없는 짓이다.
미국인들이 한국인과 다른 점의 하나가 유산에 대한 태도다. 빌 게이츠부터 워렌 버핏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모은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는 부자들이 의외로 많다. 큰돈은 복의 근원이 아니라 화의 근원이 되는 수가 많다. 자신이 땀흘려 번 돈이 아니라 거저 생긴 돈일 때 더욱 그렇다. 재벌가 자식들과 복권 당첨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수없이 보면서도 재산을 놓고 살인까지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인간은 돈 앞에 그처럼 약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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