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수리 외에 “식품·담배도 팔아요”
10년래 최악의 주택 경기 침체를 미국 최대의 주택개량용품 소매점은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담배 한갑, 커피 한잔, 핼로윈 장식용 풍선등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 올 9월에만 신축허가 건수가 6.3%나 감소하는등 경기가 점점 나빠지자 ‘홈 디포’ 간부들은 주택개량용품만이 아니라 더 많은 제품들을 팔도록 회사의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주택개량용품 만으론 안돼”
월마트 다음의 빅 소매상 목표
500여개 매장 재단장 하기로
진열대엔 아직 못, 드릴, 전등 스위치등이 가득 쌓여 있지만 일편 단심 부엌 개조나 지붕 수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큰 소매상으로 변신할 채비를 기꺼이 하고 있다.
현재 테네시와 조지아주 소재 홈디포 매장 주차장에서 시험중인 새 편의점들은 개솔린도 팔고, 세차도 해주며 담배도 판다. 주 매장 안에는 과거에 없던 계절용품이 차지하는 면적이 두배로 늘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는지 계산대 옆에는 캔디바도 등장했다. 주택개량공사를 더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그와 관련 없는 제품은 매장에 발도 못붙이게 했던 창업자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일상용품도 취급하고, 3억5,000만달러를 들여 500개 매장 내부를 재단장하겠다는 실험은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벌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로버트 나델리 회장의 신념에 기인한 것이다. 소매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발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전직 제너럴 일렉트릭 간부 출신으로 홈디포 창업자들에게 마음의 빚이 없는 나델리는 “캔디바건 가전제품이건 파이프건, 무엇이든지 팔아 성장하겠다는 일념뿐”이라며 변화에 대해 당당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매장내에 늘어선 핼로윈 장식과 캔디바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지난 5년간 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서 전문 건설업체에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홈 디포 서플라이’ 디비전을 키워 홈디포의 연간 매출 900억달러중 13%에 해당하는 120억달러를 벌어 들였고 2010년에는 250억달러 달성을 무난하게 만든 나델리 회장이지만 2000년말 취임 당시 주당 45달러에 거래되던 홈 디포의 주가가 떨어져 계속 정체하자 동일매장 매출을 늘일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1년 이상 문을 연 매장의 총수입을 늘리기 위해 가장 장사가 잘 되는 500개 매장의 제품 진열을 바꾸고, 보다 자세하게 설명한 표지판을 제작하고, 진열대에서 소비자가 집어가기 쉽게 물건들을 배열하고 더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면서 매장의 인원도 늘리고 있다. 연중 후반기는 전통적으로 주택개량용품 소매점들이 소비자 수요 둔화에 맞춰 직원들의 일거리도 줄이는 시기지만 홈디포는 550만시간이나 더 추가시켰다. 이는 매장당 2~3명의 추가 인력을 배치했다는 뜻으로 인건비가 1억달러 가량 더 늘었다는 말이다.
홈디포의 라이벌인 ‘로우스’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름 이후 인력을 줄인 것과 정반대의 길을 간 것인데 시장 현실에 순응하는 것과 고객들의 눈을 사로 잡으려 매장에 돈을 퍼붓는 것중 어느 편이 성공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주택개조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히다. 나델리 회장 자신도 주택경기 둔화가 홈디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미국 사람들은 과거만큼 집 값을 올려주지 못할 대대적인 개조공사 대신 소규모 수리나 보수 공사를 더 많이 하고 있다. 따라서 홈 디포도 더 날렵한 개수대나 보다 화려한 부엌 조명, 복도 벽에 칠할 더 밝은 색의 페인트 같은, 비용을 절약하려는 집주인들이 구입할만한 제품들을 더 강조하고 있다.
새로 등장할 매장내 표지판은 제품의 장점들을 비교하면서 손님들에게 보다 고급품으로 바꾸라고 장려한다. 매장내 쇼케이스 면적도 더 늘려서 욕조와 화장대, 타일들을 완성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아틀랜타 교외의 한 매장에는 중2층을 만들어서 가전제품 진열댓수를 2배로 늘였다. 값비싼 새 집으로 이사가지는 못할망정 그보다 싼 가전제품은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는 것이다.
이 매장에 설치된 편의점도 홈디포가 크기 위해 주택개량용품 이외의 분야로 눈을 돌린 결과. 면적 2,700스퀘어피트, 오렌지 색깔로 마감하는등 외관은 작은 홈디포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샌드위치, 얼음, 맥주와 커피등 홈디포가 전혀 취급해 본 적이 없는 상품들이 가득 차 있다. 홈디포 매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모두 손님으로 여긴다고 홈디포사 간부들은 말하지만 목표는 홈디포의 믿을만한 단골손님들인 전문 하청업자들이다. 주택 시장 침체로 그들이 홈디포에서 구입하는 물건은 달라졌어도 공사 현장으로 가면서 쿨러는 여전히 채워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큰 포장에 든 얼음을 준비하고 커피도 큰 보온통 수십개를 채우기에 충분할만큼 끓이는 편의점 세차장은 대형 트럭도 척척 닦는다. 이런 편의점은 현재 테네시주에 2개, 조지아주에 1개가 있는데 2010년까지 300개로 늘릴 예정이다.
나델리 시장만큼 성장을 좋아하는 월스트릿은 홈디포의 이같은 변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증권업계 분석가들과 소매업계 컨설턴트들은 성장도 좋지만 그에 앞서 그동안 매우 조잡해진 고객 서비스의 질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 -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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