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교육가/수필가)
계절이 바뀌어 가을에 들어서면서 얼마나 많은 행사들이 우리 앞에 줄줄이 놓여져 있는지 모른다. 내가 참가했고 앞으로 참석해야 할 행사만 해도 머리가 아찔할 지경이다. 한국학교 동북부 협의회 총회를 시작하여 협의회가 주최하는 연구교사 모임, 한국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치루는 백일장 대회(뉴저지 한국학교 주최), 또 앞으로 협의회에서 실시할 한영 영한 번역대회와 한국 역사 문화 퀴즈 대회(아콜라 한국문화학교 주최)가 그것이다. 이들은 매년 한국학교 협의회와 각 한국학교에서 실시하는 연중행사이지만, 지난 10월12, 13일
양일간 뉴욕 포에츠덴 극장과 한국문화원에서 실시한 사단법인 한국 수필가협회의 ‘제16회 해외 심포지엄’에서의 ‘수필가들의 낭독’ ‘수필 문학에 대한 통찰과 모색’의 주제 발표는 수필을 공부하고 쓰는 사람으로서 퍽 의미있는 행사였으며 수필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와 새로운 인식을 더하였다.
소설은 가상의 세계에서 온갖 흥미로운 제재와 구성을 동원하여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지만, 수필은 자신의 체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담는 것이어야 한다. 수필쓰기는 특별함, 기발함, 흥미로움이 아닌 사소함, 평범함, 일상에 대한 발견이고 의미 부여이다. 사소함 속의 위대함 평범 속의 비범, 일상 속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일이다. 즉 사소함 속에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보석을 찾아내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수필은 자신만의 모습, 빛깔, 향기로운 인생이라는 꽃을 피워내는 것이어야 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감명 깊었던 수필을 생각해 본다. 가을을 소재로 한 수필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나 이희승의 ‘달 벌레 낙엽’이나 독일 작가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게 하는 슬픈 노스탈찌어를 느끼게 한다.
또 김진섭, 이하윤 등과 함께 우리나라 현대 수필을 완성시켰다고 하는 이양하의 ‘나무’나 ‘신록예찬’을 읽어보면 삶에 대한 자신의 자세를 적절한 자연 속에 비유해 구체적으로 쉽게 드러냈다. 우리는 그 작품 속에서 그의 서정적인 표현과 화려하고 참신한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작품 속에서 그의 인격의 향기가 묻어나고 그의 작가 정신과 사상과 삶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나의 사소한 일상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던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생을 남과 다른 모습, 빛깔, 향기로운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마음의 눈과 마음의 귀를 갖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예리한 수필을 쓸 수 있을까. 그렇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나도 그러한 작품을, 수필을 쓰고 싶다.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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