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모험 즐기고 나름 특권의식까지 겹쳐
명백한 위험행동 간과“그들도 똑같은 인간일뿐”
일부선 대중의 위선 지적
존 에드워즈는 지난 2008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사생아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해 선거자금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는 주지사 시절 가정부와 혼외정사로 아이까지 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내인 마리아 슈라이버와 별거에 들어갔다.
클린턴은 재임시절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백악관에서 쫓겨날 뻔했고 금융계 부패척결에 앞장서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했던 스피처는 성매매의 덫에 치여 추락했다.
섹스 스캔들로 화제를 모은 정치인들은 물론 이들만이 아니다.
공항 화장실에서 잠복 경관을 동성애로 유혹하려다 연방 상원의원직에서 밀려난 래리 크레이그(공화), 혼외 동성애로 중도하차 한 짐 맥그리비 전 뉴저지 주시사(민주), 비서실장과의 불륜으로 쫓겨난 콰미 킬패트릭 디트로이트 전 시장, 부하직원의 아내와 놀아난 존 엔자인 전 상원의원(공화), ‘성인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여성에게 자신의 상체 누드사진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하원의원직을 사퇴한 크리스 리(공화) 등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
정치인에게 섹스 스캔들은 치명적이다. 꼬리를 밟히면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은 물론 가정생활까지 파탄을 맞게 된다. 공인이라는 위치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더욱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유권자들은 이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듯 무모한 짓을 저질렀는지 궁금해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자신의 치부를 노출한 사진을 보낸 사실이 들통나 민주당 동료 의원들로부터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앤소니 와이너 하원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어리석고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지만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연례행사처럼 거의 정기적으로 불거지는 정치인들의 섹스 스캔들은 이들이 지니는 성격적 특성인 나르시시즘(자기도취)과 위험선호 성향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의 심리학 교수 프랭크 팔리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즐기는 이른바 T-인간형의 소유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대중 연설에 능하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표의 심판을 통해 경력을 쌓아간다. 불확실성과 위험을 먹고 사는 특이한 존재인 셈이다.
뉴욕시티 유니버시티의 정치심리학 전문가인 스탠리 렌슨은 자신의 소신을 국가의 최고선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권력자들에게 외도는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서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하는 고정된 일상과는 거리가 멀고 가족생활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이러다 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상적인 개인생활을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강한 자기도취적 성향에 이런 보상심리가 겹쳐진 T-형 인간은 “나는 일상적인 행동규범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특권의식에 사로 잡히기 십상이다. 게다가 늘 정치적 신봉자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불장난’의 환경은 완벽히 구비된 셈이다.
현재 사임압박을 받고 있는 와이너 하원의원은 위험한 장난의 무대로 사교 사이트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택했다.
사람들은 곧잘 사교 사이트가 은밀한 관계를 쌓아가기에 더 없이 안전한 사적 공간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실제로 사교사이트는 프라이버시가 거의 보장되지 않는 ‘허당’이다.
웨인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서 신 미디어를 가르치는 카렌 맥더빗 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이 같은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친 T-형 정치인들은 눈에 보이는 명백한 위험을 간과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섹스 스캔들은 일정한 규칙이나 상황을 좇아 발생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그 결과도 다르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민망스런 성추문을 극복하고 요즘은 민주당의 원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 클린턴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던 뉴트 깅그리 전 하원의장이 이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복잡한 결혼생활의 잡음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혼을 하기 위해 가톨릭 신부에서 성공회 목사로 변신, 한때 화제를 모았던 사우스플로리다주의 알버트 큐티 목사는 와이너 의원의 사례와 관련, 대중의 위선을 나무랐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계층, 연령에 상관없이 음란물이라면 본인들 역시 사족을 못 쓰면서 공직자들에게 잡티 없는 순수성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태도는 명백한 위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정치인이 일반인에 비해 외도 성향이 높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늘 바쁘고 대중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생활하는 정치인들이 큰 외로움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큐티 목사는 “사람은 누구나 친밀한 사적관계를 원한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잘못된 장소에서 이를 구하려 드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을 너무 빨리 판단하고 단죄하려들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고강조했다.
정치인들은 자기도취 성향과 위험선호 심리가 강한 T-인간형으로 외도를 저지를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 왼쪽부터 아놀드 슈워제네거, 존 에드워즈, 엘리엇 스피처, 앤소니 와이너. 이들은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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