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공·사립대학들의 올 가을학기 원서접수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오는 5월 또는 6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지원한 대학들로부터 두툼한 합격 통지서가 집으로 배달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치열한 대입전쟁을 치르느라 지친 심신을 달랠 겨를도 없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곧바로 또 다른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바로 명문대 입시에 버금가는 ‘대학 학자금 확보’ 전쟁이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로 아직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정치·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슈퍼파워지만 교육 환경 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녀를 공립학교(대학 포함)에 보내고 있는 부모라면 미국 교육의 현실이 어떠한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재정난으로 인한 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으로 초·중·고교뿐만 아니라 대학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제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대학 학비 인상이 암울한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인터넷 매체 ‘더 데일리‘(The Daily)는 올해 태어난 아기가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4년간 사립대학에 다니는데 드는 총 비용이 무려 42만2,32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아이 한명을 사립대학에 보내는데 드는 총비용이 연간 5만~5만5,0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18년 뒤 꼭 2배가 되는 셈이다.
사립 보다는 덜하지만 공립대학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 UC 계열대학의 경우 집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을 경우 학비와 생활비, 용돈 등을 합쳐 연 3만달러 이상이 든다.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연간 대학 학비 상승률을 보면 공립대학이 4.5%로 사립대학의 3% 보다 인상폭이 더 크다. 이에 반해 주민들의 임금 인상률은 연 평균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교육비용 때문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계층은 중산층이다. 일단 대학에 합격만 하면 ‘공짜 돈‘을 넉넉히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과 극빈층,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은 부유층 사이에 끼어 대입 시즌만 되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중산층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특정 분야의 천재이거나 수퍼스타급 운동선수가 아닌 이상 중산층 학생이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가난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돕는 미국식 사고방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장래가 촉망되는 많은 중산층 학생들이 명문사립대 진학을 포기하고 공립대 또는 로컬 커뮤니티 칼리지에 하향지원하거나 일부는 대학 교육을 아예 접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주택 시장이 붕괴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산층 부모들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세컨드 모기지‘ 라고 불리우는 홈 에퀴티 융자를 얻어 대학 학자금으로 돌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소유한 집이 깡통주택으로 전락해 버려 이 옵션마저 박탈당한 부모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런 와중에 중산층 부모들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 한토막이 전해졌다. 공립대 중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UC 버클리가 4년제 대학 중 최초로 지난 연말 중산층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획기적인 중산층 구제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 플랜은 올 가을학기부터 연소득 8만~14만달러인 부모의 경우 자녀가 1년간 대학에 다니는데 드는 총비용의 15%까지만 부담하게 하고 나머지 85%는 재정보조로 해결해 준다는 내용이다.
UC 버클리가 스타트를 끊었으니 머지않아 다른 주요대학들도 조만간 비슷한 중산층 보조 혜택을 내놓을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중산층은 국가를 지탱해가는 핵심이며 선진국일수록 중산층이 두텁다. 중산층이 몰락하면 국가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중산층 부모들과 자녀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빼앗는 일이 없도록 교육 분야에서 중산층 구제책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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