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오바마를 뽑자니 경제가 미덥지 않고 공화당의 롬니를 택하자니 다시 득세할 매파의 망령들이 두렵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가 망쳐 놓은 경제 재건에 매진하고는 있지만 회복의 본 괘도에 올릴 만한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부자인 롬니는 그나마 경영은 좀 알 것 같은데 가난한 국민들의 속사정을 모르니 부자들만 잘사는 나라가 될 까봐 걱정이다. 온건 보수인 그가 티파티가 강세인 공화당 보수 매파들의 강성 발언을 잠재울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부시처럼 강경론자들에 밀려 이란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반대파가 파놓은 ‘아버지’ 박정희 늪에 빠져 헤매고 있는 박근혜도 미덥지 않다. 문재인의 정책도 새롭지가 않고 안철수는 정치기반이 약해 선뜻 지지하기가 어렵다. 문과 안은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텐데 노선이 다른 이들이 ‘정권 탈취’ 명분만을 놓고 ‘야합’을 하는 것 같아 싫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 그렇다고 투표권을 포기할 수 도 없고.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나라가 흥하려면 각 분야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아야 하지만 나라를 망하려하면 지도자 한두 명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망하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말과도 같다.
9.11테러 이후 갈팡질팡 하던 부시 대통령은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돌입했다가 국가 경제와 외교에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체니, 럼스펠드 같은 매파들의 확전 론에 밀려 오일 전쟁을 일으킨 부시가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나라 경제는 엉망이 돼 버린 후였다. 경솔한 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망쳐 놓았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지휘관이 “나를 따르라.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총탄이 빗발치는 사선을 뛰쳐나가는데도 병사들이 참호 속에 웅크려만 있다면 그 군대의 운명은 뻔하다. 비겁한 병사들이라고 비난을 쏟을 수도 있지만 평소 지휘관의 지도력 부족이 ‘약졸’ 양성의 원인이 됐을 것이다. 오죽 지휘관이 미덥지 않았으면 병사들이 목숨을 내던질 각오를 하지 않았을 까. 지도자의 무능은 순식간에 조직과 자신을 망쳐 놓는다.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을 쓴 제임스 콜린스는 ‘겸손’ ‘자기반성’ ‘추진력’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뽑았다. 콜린스는 65~95년 포춘지 500대 기업에 오른 1,435개 기업 중 ‘위대하다’고 지칭해 줄만한 기업이 11개에 불과했는데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지도자의 리더십이었다고 말했다.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겠다.
미국과 한국은 지금, 글로벌 시대의 급변하는 현세를 헤쳐 나갈 미래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의 열기로 뜨겁다.
미국은 오바마에게 그가 이끌어온 정책 괘도를 한 번 더 믿어 줄 것인가 아니며 롬니가 주장하는 새로운 정책에 힘을 실어 줄 것이냐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한때 재선이 무난할 것 같았던 오바마가 1차 토론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밀리면서 지지도가 급락 했고 지금은 롬니와 1%포인트 차이를 오르내리며 승패를 알 수 없는 피 말리는 시소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은 박근혜 대 문재인·안철수 ‘야합’세력의 양자 대결로 좁혀져 보수 대 진보의 대 격돌이 예상된다.
대통령의 실정은 그를 뽑은 국민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부시를 잘못 뽑은 미국은 대공황의 수렁에서 아우성 치고 전직 대통령들을 잘못 택한 한국민들은 정치적 부패의 혼돈 속에서 수십여년간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나를 따르라”는 중앙 집권적 리더십보다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함께 갑시다”를 앞세우는 지도자 선택이 절실하다. 민생을 챙기고, 야합에 맞서는 그런 대통령 말이다.
<김정섭 부국장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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