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에 다시 한국인 선수가 생겼다. 추신수(30)도 내셔널리그 팀인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고, 임창용(36)도 시카고 컵스 입단을 앞두고 있어 내년에는 LA 다저스테디엄에서 한국인 선수를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LA 에인절스에도 행크 콩거란 미국명으로 뛰는 한인 캐처 최현(24)이 있고, 탬파베이 레이스의 이학주(22)도 글러브를 워낙 높게 평가받는 기대주 숏스탑이라 방망이만 꾸준히 2할5푼 타율을 칠 정도로만 끌어올리면 당장 빅리그 구단의 부름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응원할 선수가 생겨 다저스 야구를 훨씬 재미있게 보게 된 것은 좋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도 환영할 일이다. 다저스 경기도 지금 타임워너 스포츠 채널에서 나오는 LA 레이커스 경기처럼 직접 한국어로 중계하게 되길 바라는 등 개인적으로도 벌써부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달갑지 않은 것들도 있다. 스포츠를 순수하게 스포츠로 보지 않고 항상 애국심을 앞세우는 한국 특유의 ‘우리 대 너희(Us vs. Them)’ 식 보도와 대부분 연예인 또는 귀족 행세를 하는 한국 선수들과 해야 할 인터뷰가 많아지는 건 별로 반갑지 않다.
프로선수에게 인터뷰란 비싼 돈 내고 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에 대한 예의이자 임무임을 여기서 이번에 새로 오는 한국 선수들에게 리마인드해 주고 싶다. 그래서 경기 전·후로 구단과 리그에서 취재진에게 라커룸 문을 열어주는 것인데, 특히 한국 언론 기자에게 클레이튼 커쇼(다저스 에이스)나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 캡틴) 등 메이저리그 수퍼스타들보다 한국 선수 인터뷰가 더 힘들고 까다로운 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또 앞으로 “류현진, 도둑맞은 승리” “신시내티, 추신수 때리기” 식의 보도가 쏟아질 것도 한국에서 잘 쓰는 말로 표현해 “안 봐도 비디오”인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에 동의 또는 동참하지 않으면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 점도 못마땅하다. 주관을 지키면 ‘안티(anti)’로 몰리는 점도 감수해야 할 전망으로, 또다시 “너는 왜 그리 꼬였냐”는 소리 꽤나 듣고 살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 박찬호와 박세리 등을 미국 진출 초기 때부터 취재하면서 같은 한국 언론 기자로서 낯이 뜨거웠던 때가 많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내년에 류현진을 따라올 한국 기자들도 많이 변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정도다.
지금 생각해도 일본인 투수 히데오 노모의 방출 기자회견에 가서 (노모의 방출이)“박찬호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What does this have to do with Chan Ho Park?)”고 크게 물어보면 좀 신경질 적인 “Nothing. Next!”말고 무슨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그 당시 다저스테디엄에 가면 “너희 눈에는 찬호만 보이지? 우리의 승패 여부에는 관심도 없지”라고 비웃는 선수와 코치들이 있었고, 때로는 일본 기자들까지 그렇게 비아냥거릴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보다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골프에서도 박지은이 프로로 전향했던 해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대회 라운딩 도중 그린으로 따라들어가 마이크를 들이댄 한국 TV 방송 기자 때문에 박세리가 상대 선수는 물론 투어 관계자들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에도 류현진이 처음에 미국에 도착했을 때 인터뷰 시간이 궁해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내에서 무엇을 먹었느냐”(Beef or chicken?)는 첫 질문으로 분위기가 깨지면서 인터뷰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빨리 끝나버리자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신나는 일이지만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규태 스포츠 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