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외출·씀씀이 부부간 갈등 폭발
▶ 시집 잔소리‘기름에 불’ 일단 진정 후 대화시도
#풀러튼에 거주하는 제니퍼 박(46)씨는 며칠 전 남편과 크게 싸웠다. 연말이라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신상’ 명품백을 가지고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남편이 12월 마지막 주 휴가를 내고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간다는 자랑을 늘어놓았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집에 왔더니 남편은 술에 취해 12시가 넘어 들어왔다. “술 좀 작작 마시라”고 한 소리했는데 도리어 남편은 “여자가 남편을 우습게 안다”며 화를 내 대판 싸우고 말았다.
#지난여름 시댁에서 분가한 정희영(34)씨는 연말 가족모임에 갈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모이면 할 이야기는 뻔하다. 손주는 언제 볼 수 있냐느니, 며느리가 일하느라 아들이 삐쩍 말랐다느니 등의 말들이다. 정씨는 “연말엔 가족들이 많이 모이니까 보는 사람들마다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묻는다. 정말 스트레스”라며 “돌아와서 남편한테 분풀이를 하면 얼굴에 ‘듣기 싫다’고 써있다. 그래서 꼭 더 큰 싸움이 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본격적인 연말 할러데이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부부싸움’에 경고등이 커졌다. 모임이 많아지고, 지출이 많아지면서 갈등의 요소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관계뿐만 아니다. 가족, 연인, 자녀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증폭, 심각한 싸움으로 발전할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연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연말 우울증’(holiday blues)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기적으로 예민하고 우울감이 느껴질 수 있으므로, 이를 인식하고 적절한 대처법으로 감사와 행복이 넘치는 연말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싸움 주의령 가정폭력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가정상담소에 따르면 봄이 되면 종종 전년도 연말에 가정폭력을 행사, 교육을 받으러 오는 가해자들이 생겨난다. 부부 사이에 존재하던 갈등의 불꽃이 연말에 여러 가지 이유로 자극을 받아 과격한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자료에는 1년 중 커플이 가장 많이 결별하고 갈등을 겪는 시기는 크리스마스 2주 전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많은 경우 싸움의 방아쇠는 ‘술’이다. 동창회나 각종 모임에서 음주를 하고 늦은 밤 귀가한 남편에게 쏟아낸 잔소리가 심해져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 폭력사태로 커졌다는 것. 잘못 꺼낸 ‘말’ 한 마디도 싸움을 부른다. 부부모임이나 가족모임에서 배우자가 불필요한 말을 쏟아내면서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거나 분노를 일으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연말선물이나 과도한 지출도 갈등의 불꽃이 된다. 결혼한 부부의 경우 양가 선물의 형평성 문제로 의견을 다투기도 하며, 연말의 특성상 생긴 예상 외 지출이 평소 씀씀이를 논하는 대형 싸움으로 번진다.
박해영 카운슬러는 “연말 음주로 시작된 부부싸움이 커져서 폭력이 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상대방이나 자신이 술에 취했거나 분노한 상태라면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화를 이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말없이 자리를 떠나는 것보다 상대에게 한 시간 후나 다음 날 등 일정시간을 정하고 그때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혹시 연말 우울증?이유 없이 화가 나고, 불만스럽다면. 외로움과 긴장감, 상실감이 크게 느껴진다면 ‘연말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해야 할 것 같은 연말에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느껴지는 감정으로 전문가들은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전국정신건강연합회(NAMI)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8%의 사람들이 연말 우울증을 경험했다. 이 중 24%는 심하게 겪는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겨울 감기처럼 연말엔 우울함이 커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분노나 싸움이 잦아질 수도 있으므로 이를 인식하고,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현미 임상심리 카운슬러는 “정신적으로 예민한 상황에서 남과 비교 당하거나 불편한 말을 들으면 감정이 더 크게 상할 수 있다”면서 “가족모임이나 동문회에서 타인을 배려해서 말을 조심하고,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기분 나쁜 상황도 예상하고 대처방법 등을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연말 우울증은 자녀들도 겪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는 “아이들은 어른보다 오히려 두통이나 복통, 불면증 등의 신체적 고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도 우울감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과 자원봉사를 가거나 불우이웃을 돕는 등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느껴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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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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