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4년부터 미국시장 진출 외식업 37개 브랜드 운영
▶ 중국 992개 다음으로 많아 ‘생색내기용’ 진출 지적도

그래픽 유재일 기자
무서운 속도로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로 인해 서울 강남의 한 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한인타운 거리마다 한국 업체들로 넘쳐난다. 이들업체들은 커피, 빙수, 치킨김밥에서부터 고기, 베이커리, 죽, 피자, 한식 심지어 햄버거에 이르기까지 외식산업의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 한인타운거리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과 파열음도 만만치않다. 물량공세를 펼쳤지만 한계를 노출하고 있어 수익 악화로 폐업과 철수로 이어지는 업체도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폭발적 성장… 미 전국 1,000여개
미국 진출 한식당은 1974년 LA에문을 열었던 우래옥이 처음이었고,90년대에도 여러 업체들이 진출했지만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5년이 기점이었으며, 2009년부터는 한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비한식 분야의 대형 업체들의 물량공세가 시작되며 급성장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시장에 진출한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36개이며, 이들은 37개의 브랜드로 1,000여개에 달하는 매장을 직영하거나 가맹점 형태로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14년 1월 집계된 것으로현재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가 진출한44개국 중 미국시장은 중국의 992개매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한식 업종과 음료, 패스트푸드, 베이커리, 양식, 일식, 중식 등 비한식 업종을 포함한 것이다.
미국시장에 매장이 대형 업체들은‘델리만쥬’의 델리스가 400개로 가장많았고, 레드망고(275개), 카페베네(32개), 치킨업소인 BBQ(47개), 파리바게뜨(30개), 본촌치킨(21개), CJ 푸드빌의투레주르(23개), 탐앤탐스(10개) 등 비한식 업종이 두드러졌고, 대다수 매장들이 LA, 뉴욕 등 한인 밀집지역에대거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 업종에서는 풀러튼에 2호점을 오픈한 강호동 백정이나 아가씨곱창, 광양불고기 등이 눈에 띄지만군소업체들의 진출이 많아 1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찾기 힘들지만 갈수록 진출하는 업체는 늘고 있다.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한인은물론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호평을 받아 성공적인 안착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이들의 영업성과를객관적으로 평가할 만한 재무자료공개를 꺼리고 있어 이들의 미국시장 진출이 외형적인 매장 확대만으로 성공했다고 예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외화내빈’ 무리한 미국 진출 적자에 허덕… 부채비율 1,400% 넘기도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미 전국에 1,000여개에 달하는 매장을 오픈하며 폭발적인 외형 성장세를 보였으나 안으로는 적자에 시달리는 업체가 적지 않다. 화려한 인테리어와는 달리 외화내빈이라는 것이다.
‘매장 수 늘리기’에 급급해 온 한국업체들의 ‘물량공세’ 방식이 한계에봉착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외식업계에 따르면, LA 등 미국에 3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커피 전문점 ‘카페베네’는 미국시장진출이 오히려 성장의 족쇄가 된 경우에 해당된다. 미국 진출 후 프랜차이즈 본사는 매출 감소, 부채비율 증가,영업이익 감소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1873억원이던 매출이2014년 1,463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39억에서 31억원으로 감소했다.
손실도 커져 2013년 19억원에서 114억원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 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 6월 부채비율이 1,400%를 넘어 전년대비 736.6포인트가 급등할 정도로재무구조가 악화됐다.
2012년 뉴욕 1호점을 열었던 이업체의 무리한 미국 매장 확장이 실적악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미국시장에 47개 매장을 오픈한대표적인 한국 치킨 브랜드 ‘BBQ’의제네시스도 미국 등 해외 매장에서만 지난해 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업체 연 수익 100억의 절반을 밑 빠진 미국 시장에 들이붓고 있는 셈.
2005년 LA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2월 맨해턴에 40호 매장을 낸 베이커리 ‘파리바케트’도 고전 중이다. 미국등 해외시장에 275개 매장을 오픈하며 공격적 행보를 하고 있지만 해외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탐앤탐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간 한인타운에 집중적으로 매장을오픈하는 물량공세를 펼쳤지만, 한인타운 1호점이었던 6개와 베렌도 매장은 최근 문을 닫았고, 일부 매장은 면적을 축소했다. 또 지난 수년간 가맹점 계약에 힘을 쏟았지만 2014년 12월 현재 가맹점은 LA 2곳과 풀러튼1곳 등 3곳에 불과해 가맹점 늘리기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들고 철수하는 업체 줄이어
대한 상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2013년 현재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한한국 외식 프랜차이즈는 60개사로2010년의 96개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새로 진출한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사이에 최소 절반이상의 업체들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사업확장이나 경영실패 등으로 사라진 한국 업체들이 적지 않다. 호기롭게 베벌리힐스에 매장을열었던‘ 망고식스’가 1년을 못 버티고폐업했고, 틈새라면, 할리스 커피 등도 소리 없이 자취를 감췄다. 초기에진출했던 한식 업체 이남장, 진상 등도 실적 악화로 문을 닫았다.
◆‘좌충우돌’ 소송과 분쟁 자초…골목상권 위협도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파워와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LA 한인타운 등 한인 밀집지역에 집중적으로진출해 성공하는 듯 보였던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는 것은 미국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 외식업체들이 한인사회 등 지역사회 친화 마케팅 전략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인타운 핵심 상권에 진출해 수십년간 한인들이 구축해온 골목상권을잠식하면서도, 한인사회에 참여하거나 환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시간이 지날수록 초기 주요 고객이되어 준 한인들로부터 외면 받거나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B사는 지난 5월 가맹점 오픈과정에서 사기를 벌였다는 혐의로 가맹점 계약을 하려던한인에게 소송을 당했고, 앞서 지난해에는 이 업체 대표를 비방했다는이유로 한인 여성에게 2,400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했고, 노동법 위반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한국식’ 고집해선 성공 어려워
한인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한계를드러내며 고전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업체들이 포화상태인 한국시장을 벗어나 미국시장 등을 탈출구로 삼았지만, 한국시장에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용’ 진출이적지 않고, 프랜차이즈 고유의 수익원을 찾지 못한 채 가맹점주를 쥐어짜거나 터무니없는 가입비를 받는 소위‘ 한국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많은 대형 업체들이 아직까지 직영점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혈적자를 감수하며 ‘문어발’식으로 진출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이같은 행태의 진출방식은 한인사회와의 필연적인 갈등을 불러오고,장기적으로는 본사까지 휘청거리게만들 수 있다.
‘로열티’와 ‘재료수출’이 주가 되어야 할 프랜차이즈 사업이 외형 확장에만 집중돼 가맹점 ‘오픈 매출’ 외에는수익을 내지 못하는 절름발이 구조도큰 문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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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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