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후 미국에서 확산하는 테러 공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소동이 빚어졌다.
12일 포털사이트 야후 뉴스와 지역 일간지 캔자스시티 스타에 따르면, 최근 미주리 주 수사 당국은 월마트에서 선불 휴대전화를 대량으로 구매한 소비자가 곳곳에서 등장했다는 신고를 받고 이를 테러 모의와 연관된 것으로 파악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미주리 주 바깥에서 온 두 명의 남성이 5일 레바논의 월마트 매장에서 선불전화 59대를 구매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미주리 주 메이컨 카운티 경찰국과 콜럼비아 경찰서에서도 5∼6명의 남성이 떼로 들어와 휴대전화를 많이 사갔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주로 목격자나 휴대전화를 판 매장 직원이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 매장에서 폭발 물질인 프로판 가스통 절도 사건마저 겹치자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고조됐다.
FBI는 프로판 가스통 절도 사건을 지역 경찰에 맡기고 선불 휴대전화 대량 구매건만 조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브리짓 패튼 FBI 대변인은 "과거에도 휴대전화 대량 구매를 지켜봐왔다"면서 "테러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선불전화 대량 구매와 프로판 가스 절도 사건의 연관성은 없다고 수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마약상이나 범죄자들이 익명성을 보장받는 선불전화를 종종 이용하긴 하나 미국 사회에서 주로 신용등급이 아예 없거나 낮아 주요 이동통신사의 계약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 또는 이제 갓 미국에 온 이민자가 선불전화의 주요 고객이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매장에서 선불전화를 대량 구매해 여기에 값을 더 붙여 소매상에게 파는 일시적인 행위도 종종 일어난다는 게 현지 경찰의 설명이다.
메이컨 카운티 경찰국의 커트 글로버 경사는 "지난 15년간 벌어진 일이라 즉각적인 테러 위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만큼 테러에 대한 미국민의 공포가 투영된 결과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선불전화 대량 구매자들이 비교적 확실한 신분 정보를 담은 신용카드로 구매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이어졌지만, 테러에 대한 두려움 탓에 이런 사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테러 후 현금으로 물건을 결제하는 사람을 의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지역 방송인 ABC 17은 소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은퇴한 FBI 요원인 제프 랜자는 캔자스시티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테러에 사용하려고 그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전화를 대량 구매했다면 멍청한 짓"이라며 테러 추정을 단칼에 일축했다.
또 FBI가 프로판 가스 절도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것 자체가 선불전화 대량 구매와의 연계성을 낮게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와 샌버너디노 테러에 따른 테러 공포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지난 11일 발표된 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 가족이 테러에 희생될까 봐 아주 또는 다소 걱정하는 미국민은 6개월 전보다 2% 포인트 오른 51%로 집계됐다.
또 미국 정부가 테러의 위협에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답은 6개월 전 67%에서 55%로 12%포인트나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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