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피로도 풀고 휴식도 취할 겸 친구와 함께 한인타운의 찜질방에 갔다가 정신만 쏙 빼고 나왔다. 탕 속에 몸을 담근 지 10분이 채 못됐을 즈음 3~4세 정도 된 한인 아이 둘이 쉴 사이 없이 냉탕과 온탕을 뛰어다니며 젖은 수건으로 바닥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소리까지 지르며 샤워장을 휩쓸고 다녔다. 아이들 장난 치고는 도가 지나쳤다.
샤워장 고객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던 타 인종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을 보노라니 괜스레 내 아이들의 잘못처럼 몸 둘 바를 몰랐다. 소란도 소란이지만 “미끄러운 바닥에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하는 안전사고도 염려됐다. 이제나 저제나 보호자가 제지하기를 기다렸지만 상황은 그대로 지속됐다.
직원이라도 부를까 라고 생각하던 참에 친구가 나섰다.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라며 아이들에게 타이르는데 웬걸.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이내 다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더 나갔다가는 혹시라도 보호자와 마찰이 생길까 싶어 친구를 데리고 샤워장을 나와 찜질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의 사정도 마찬가지. 어린 자녀 동반이 많은 주말 저녁이라 시장 바닥처럼 어수선했다.
사우나를 자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한인 커뮤니티사이트나 옐프 등에도 모처럼 쉬려고 사우나에 갔는데 아이들의 소란 때문에 ‘짜증 만땅’ 스트레스만 받았다는 리뷰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요즘 어린이들의 입장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 비즈니스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과 이를 방치하는 부모들을 고객으로 받지 않겠다는 업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노 키즈 존’에 한 술 더 떠 아이들의 막무가내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무 개념 엄마를 조롱하는 ‘맘충’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니 안타깝고 씁쓸하다.
미국의 경우도 한국보다는 덜 하겠지만 에티켓 없고 공중예의를 지키지 않는 아이들과 부모에 대해 마냥 관대한 것은 아니다. 2011년 피츠버그의 한 레스토랑은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준다며 6세 미만 아동의 출입을 금지시키기도 했는데 실제 고급 레스토랑 중에는 어린이 입장을 허용하지 않은 곳이 꽤 된다. 미슐랭의 별 3개를 받은 뉴욕 맨해턴의 ‘르버나딩’은 12세 미만은 입장 사절이며 캘리포니아의 관광도시 몬트레이의 전통 있는 레스토랑 ‘올드피셔맨스 그로토’는 아예 웹사이트에 ‘유모차 금지’ ‘하이체어 금지’ ‘부스터 금지’라는 ‘칠드런스 폴리시’를 올리고 식당 내에서 울거나 크게 소리를 질러 다른 고객에게 불편을 주는 어린이는 받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소셜 네트웍 서비스에서도 ‘노 키즈 존’ 이슈는 반응이 뜨겁다. 얼마 전에는 한 엄마는 아기가 울어 레스토랑 업주가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며 이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는데 네티즌 다수가 “오죽하면 그랬겠나”며 오히려 레스토랑 업주를 옹호해 엄마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노 키즈 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버릇없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 때문에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고 비즈니스 입장에서도 영업을 방해받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노 키즈 존’이 너무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이를 막는 것은 인종이나 성별과 마찬가지로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또 아이와 그 부모도 서비스를 똑같이 누릴 권리가 있는데 ‘노 키즈 존’은 이들로부터 선택의 자유를 빼앗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업주, 고객, 부모 등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노 키즈 존’은 뜨거운 감자임에 분명하다. ‘정답’을 콕 집어 말하기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각박한 세상에 ‘노 키즈 존’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뉘앙스는 냉정하기까지 하다.
어찌됐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타인 혹은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 기본적인 에티켓과 배려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다시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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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특집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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