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들 무슬림 등장시킨 마케팅 시도
▶ 아마존·MS·유튜브 등 ‘다양성’ 주제 광고 제작, 히잡 무슬림 통해‘다 같은 미국민’ 이미지 전달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인 ‘조화를 널리 퍼트리라’. 도널드 트럼프로 인해 반 무슬림 정서가 강해지자, 미국의 대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광고에 평범한 무슬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부드러운 피아노 음악과 함께 현관 초인종이 울린다. 백발의 개신교 목사가 친구를 맞는다. 무슬림 이맘이다. 두 사람은 차 한잔을 앞에 놓고 간간히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방문객이 떠날 때가 되어 일어서는데 두 사람 다 무릎이 부실해서 움찔움찔한다. 그러면서 서로가 같은 선물을 생각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난다. 아마존 프라임으로 무릎받침을 주문한 것이다. 지난 연말 아마존의 광고 내용이다.
배달된 아마존 박스를 열며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하고 피아노 음악은 강렬해진다. 목사와 이맘은 선물을 들고 가서 무릎 꿇고 기도를 한다. 한 사람은 교회에서, 다른 사람은 회교 사원에서. 음악이 조용히 잦아든다.
타 종교 간 조화를 담은 아마존 광고가 이번 연말 온라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트럼프로 인해 반 무슬림 정서가 극도로 확산된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포용의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아마존은 개신교 목사와 무슬림 커뮤니티 지도자를 광고의 주인공들로 발탁하고 여러 종교기관들의 자문을 구하며 광고에 정확성을 기하려 애를 썼다.
북미 이슬람 협회의 사회정의 분야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라미즈 아비드는 “이런 류의 프로젝트는 우리로서 단연코 처음”이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자문을 구했던 기관 중 하나이다“이런 광고가 나가면 논란이 일어날 것이란 사실, 증오 메일 같은 게 쏟아져 들어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마존 측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메시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미국의 거대 기업들인 하니 메이드, 마이크로 소프트, 세볼레, 유튜브 그리고 커버 걸 등이 색다른 마케팅을 시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 해 평범한 무슬림 남성과 여성, 아이들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전혀 정치적 의도 없이 수용과 공동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광고들이지만 그럼에도 보는 시각에 따라 대담하다거나 위험하다고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등록제며 무슬림 이민금지 등을 내세우면서 반 무슬림 정서가 극대한 여파이다. 여기에 의식 있는 기업들,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마케팅과 광고 비즈니스를 재편하며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의 시인이자 무슬림 인권옹호가인 모나 하이다르는 최근 마이크로 소프트 광고에 등장했다. 성전환 10대, 백인 경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 리더들과 함께 출연하는 광고였다. “무슬림들에게는 대단히 상처 깊은 한해였는데, 이런 광고가 한줄기 희망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무슬림이라고 하면 일단 두려움부터 갖는 국민들이 있는 나라에서, 무슬림 여성으로서 자신은 뭔가를 대표한다고 그는 말한다. 28세의 하이다르는 히잡을 쓰고 등장하는 데, 이를 통해 “우리는 그냥 똑같은 사람일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광고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를 지난 2013년과 2014년부터 대기업들이 동성커플과 그 자녀들을 광고에 등장시킨 시도에 비유한다. 고객들 사이에서 비판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그 보다는 포용과 수용에 더 무게를 두고 내리는 결정이다.
“동성애 부모 같은 이슈는 이제 이 사회에서 거의 수용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무슬림 이슈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생경합니다.”광고사 드로가5의 창작 디렉터인 케빈 브래디의 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백인과 무슬림 이웃을 등장시킨 하니 메이드 광고를 만들었다, 기업들이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닌데도 정말 용기를 내서 한걸음을 더 나아간 것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지난해 중반 나온 유튜브 뮤직 홍보 광고는 5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중 하나는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학교 복도를 걸어가면서 블랙알리셔스 음악에 맞춰 랩을 하는 광경을 담고 있다. ‘아프사의 주제’라는 이름의 이 광고는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 것이라고 유튜브는 말한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 광고제작 시 종교기관들의 자문을 받으며 의상이며 배경장면 등 세부사항을 꼼꼼하게 챙겼다. 그리고는 최종 완성본을 전국 교회협의회에 보내 마지막 검증을 받았다.
어떤 형태로든 인종적 다양성을 담은 광고는 지금 온라인에서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연말 스테이트 팜은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에게 프러포즈하는 내용의 광고를 트위터에 올렸다가 인종주의자들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다.
지난 6월 세볼레가 루카야와 카심이라는 LA의 8살짜리 쌍둥이를 광고 동영상에 등장시키자 반 무슬림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 아이들은 미국 아이들이 아니라는 따위였다.
브래디는 하니 메이드 광고를 만들면서 혐오 반응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지만 두려워했던 만큼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광고에는 세 딸을 키우며 치즈케익 장사를 하는 니다아 모그라비가 수년 전 친구였던 이웃과 함께 출연한다.
광고가 나간 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오른 막말 댓글들을 보면서 그는 처음에는 불쾌했지만 나중에는 그게 얼마나 사방에 퍼져있는 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한편 이런 광고에 대한 무슬림 커뮤니티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광고가 나감으로써 겁이 나서 스스로를 무슬림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어린 세대가 용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우리 딸이 이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아이의 무슬림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미국사회가 우리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겁니다.”상품광고는 다양한 견해를 가진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투데이 쇼 등 인기 프로그램들에 이런 광고가 나가면 다양한 시청자들이 보고 메시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슬림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지금 같은 시대에는 특히 이런 광고의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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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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