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뉴 팔츠의 수선 카페에서 물건들을 고치는 자원 봉사자들. 고장난 물건을 버리는 대신 고쳐서 재활용하자는 ‘수선 카페’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진공청소기가 작동을 안 하는데 고칠 길이 없거나 램프가 고장 났는데 버리려니 아까워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으면 상당히 난감하다. 이럴 때 고쳐서 쓸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무엇이든 조금만 고장 나면 그대로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이 정상처럼 되어버린 시대에 고치고 다듬어 오래 오래 간직하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0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수선 카페(Repair Cafe)’ 운동이다. 몇 년 사이 전 세계 30개국으로 확산되었다.
버리는 대신 고쳐서 쓰자는 재활용 운동의 기반은 각 지역의 ‘수선 카페’ 모임이다. 지역 주민들은 집안의 고장 난 물건들을 챙겨 모이고, 수선 코치 혹은 자원봉사자들은 전문적 기술을 제공해 물건을 수리해주는 모임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11개 주에서 카페가 뿌리를 내렸는데, 특히 활발한 곳 중 하나는 뉴욕의 허드슨 밸리이다. 이곳에는 현재 8개 카페가 운영 중이고 몇 개가 곧 더 생겨난다. 이들 카페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은 뉴욕, 킹스턴의 존 왁만. 그는 지난 2013년 뉴 팔츠에 카페를 만들었고, 허드슨 밸리의 다른 카페들이 상호 교류하며 협조하도록 돕고 있다.
이 지역에서 카페가 특히 활성화한 이유로 그는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이 강하고 커뮤니티 정신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카페 운영자들은 고장 난 물건이 고쳐져서 쓰레기통으로 가지 않게만 되면 그것으로 작은 승리라고 말한다. 연방 환경보호청에 의하면 지난 2013년 미국인들이 1년간 버린 쓰레기의 양은 2억5,400만톤. 가구, 의류, 전자제품 등 온갖 것들이 버려진다.
수선 카페 운동은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마르틴 포스트마라는 전직 언론인이 원조이다. 그는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생각하며 매립지로 가는 쓰레기의 양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 수선 카페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난 2009년 첫 카페가 문을 연 후 수선 카페는 네덜란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근 30개국에서 1,100여 개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수선 카페에서는 옷, 책, 인형, 완구, 자전거, 가전제품, 의자, 장신구 등 고장 나거나 찢어지거나 부서진 것 무엇이든 환영이다. 수선 코치들이 고쳐준다.
“이 일을 하면서 도전도 되고 재미도 있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가져올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매서추세츠주 볼튼에 수선 카페를 창립한 레이 파우의 말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져오는 것은 램프 그 다음이 진공청소기라고 그는 말한다. 어떤 종류의 수선을 주로 하는지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다. 그 지역에 어떤 기술자가 있는지에 달린 것이다.
뉴 팔츠에는 인형 수선에 관한한 전국적 명성을 가진 전문가가 있다. 헬렌 카스텐이라는 여성이다. 그리고 한 옆에는 정신과 간호사와 함께하는 ‘경청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누군가 자기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마음의 수선, 즉 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수선 카페는 보통 교회 지하실, 도서관, 타운홀 혹은 시니어 센터에서 모인다. 각자 ‘아끼는 그러나 망가진’ 물건을 가져오라고 사람들을 초청한다. 가져온다고 무엇이든 다 고쳐진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우리가 보장하는 건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왁만은 말한다. 모임에는 주로 전문직 종사자들, 은퇴자들 그리고 취미삼아 수선 코치를 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든다.
“자기가 아는 걸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지요. 그래서 수선을 부탁하는 사람, 수선을 하는 사람 양쪽이 다 서로 고마워합니다.”모임은 보통 4시간 정도 지속된다. 미리 등록을 할 필요는 없다. 고장 난 물품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먼 거리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선은 무료이지만 기부금은 환영이다. 수선 카페 재단은 각 그룹들에 기본적 정보들을 제공한다. 수선 작업에 필요한 연장 목록, 기금 모금 요령, 홍보 자료 등이다.
뉴 팔츠의 리즈 피케트는 소비주의 문화에 맞서는 방안으로 수선 카페 운동을 하고 있다. 오래된 것들을 고쳐서 쓰는 대신 새 것을 사는 문화에 대한 싸움이다.
“이 물건들이라는 게 고장이 나도록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오늘날의 상품들은 일단 고장 나면 부품을 구할 수 없도록 제조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고장이 나면 새로 사는 게 더 쉽다는 것이다.
피케트는 네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이다. 14살, 17살의 아들과 11살짜리 쌍둥이 딸을 두고 있다. 수선 카페 덕분에 그는 아이들의 헤드폰과 랩탑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망가트리는 걸 모두 새로 바꿔줄 수는 없겠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요.“뉴저지, 호보켄에 20여년 살다가 뉴욕 북쪽의 워익으로 이사한 엘리자베스 나이트는 그 지역의 봄철 대 청소 행사 소식을 들었다. 평소 쓰레기차가 가져가지 않는 가구나 다른 큰 물건들을 버리는 기간이다.
“그곳에 버려진 물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그는 말한다. 고치기만 하면 다시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모두 버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수선 카페를 시작했다.
카페에 모여 물건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일종의 동지의식이 생겨나기도 한다. 추수감사절 다음 토요일, 워윅의 카페에 한 여성이 찾아왔다. 카페가 문닫을 무렵 찾아온 여성은 은으로 된 작은 원통이 달린 목걸이를 가지고 왔다. 목걸이 걸쇠가 망가져 있었다.
나이트가 그날 수선은 다 끝났다고 말하자 여성은 울기 시작했다. 목걸이의 원통에는 손자의 재가 담겨 있다고 했다. 손자가 22살에 죽은 후 여성은 매일 그 목걸이를 목에 걸고 살아왔다.
자원봉사자 수잔 오브라이언은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앉아 목걸이를 고치기 시작했다. 고친 목걸이를 나이트가 목에 걸어주자 여성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미소를 지었다.
카페는 단순히 물건만 고치는 모임이 아니라 공동체를 만드는 모임이라고 그는 말한다.

뉴욕의 뉴 팔츠 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수선 카페.

인형 수선 전문가인 헬렌 카스텐. 뉴 팔츠 카페에서 수선 봉사를 한다.
<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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