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회복기 덴마크 심각한 구인난 몸살
▶ 기업들 인력 확보 못해 생산량 줄여야 할 판 해외지사 설립 등 모색

덴마크의 기계부품 제작사인 쇼링에서 한 용접공이 일을 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일감은 넘치는데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1/3에 달한다.
덴마크 북부지역의 트랙터 부품 제조회사, 쇼링 마스칸파브릭은 지난해 상당히 좋은 조건의 주문을 받았다. 경영진은 입이 벌어졌다. 50만 유로가 넘는 계약으로 꽤 이문이 남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일을 할 직원이 부족한 것이었다. 일을 속도있게 진행하려면 숙련된 용접공들이 필요한데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사람 구하려 애를 쓰는 사이 제품 배달은 한 달, 두 달, 세달 계속 미뤄져야 했다.
경제가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덴마크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유럽이 전반적으로 경제 회복기로 들어선 가운데, 덴마크는 특히 회복 속도가 빠르다. 완전 고용의 황금기에 근접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소수의 국가 중 하나이다. 완전 고용이란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환호하기 에는 새로운 도전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구인난이다.
산업 국가이자 하이텍 국가인 덴마크에서는 지금 숙련된 직원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전체의 1/3을 넘는다. IT 전문가, 컴퓨터공학 전공자, 엔지니어, 메캐닉이 특히 부족하고, 전기 기술자와 목수도 부족하다. 사람을 끌어들이려다 보니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래도 인력난을 해소하지 못하니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고, 계약을 취소하며 기업확장 플랜들을 미루고 있다.
“숙련된 근로자들이 필요한데 구할 수가 없다”고 쇼링 사측은 말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구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구인난이 계속되면 전반적 경제성장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의 경제회복은 북부에서 가장 활발하다. 덴마크와 더불어 영국, 독일 그리고 덴마크 북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역시 완전고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에서도 실업률이 떨어지고 낙관적 경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덴마크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을 보면 너무 좋기만 한 상황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구가 채 600만이 못 되는 덴마크에서는 의약품에서부터 공장용 기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정부는 하이텍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테크놀로지 대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구글 등 디지털 거대기업들과의 관계를 주도하는 역할이다.

테크놀로지 기반 교재을 제작하는 클리오 온라인의 직원들. 코펜하겐 본사에서 우크라이나 지사 직원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덴마크의 현재 실업률은 4.3%이다. 인플레이션 촉발 위험이 없는 한도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년 전 호경기 동안, 실업률은 2.4%까지 떨어졌고, 그로 인해 임금과 물가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치솟았다. 덴마크 정부는 이런 사태를 절대로 다시 맞지 않고 싶다.
성장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채용 열풍에도 불구, 지난해 연 경제성장률은 1.2%였다.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노동력 수요가 급중하면서 회복이 벽에 부딪칠 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더 높은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에 필요한 노동력이 없기 때문이지요.“덴마크 산업 연맹의 노동시장 정책 담당 디렉터인 스틴 닐센은 말한다. “인력 공급이 원활해 지지 않는 한 낮은 성장률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인다.
정부는 인력 부족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은퇴 연령을 기대 수명과 연계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노년층이 더 오래 일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취업비자가 별도로 필요 없는 유럽연합 국가 국민들에 대한 채용을 장려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난민들을 물색하는 고용주들도 있다. 하지만 갓 입국한 외국인들 중에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일자리에 바로 채용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정부는 난민들의 유입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했다.
한편 엔지니어와 간호사 그리고 다른 숙련된 근로자 부족 사태를 맞고 있는 독일은 정반대의 정책을 채택했다. 난민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부족한 인력을 채우려는 시도이다.
덴마크의 기업들은 해외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기반 교재 제작사인 클리오 온라인은 우크라이나에 위성 지사를 개설하고 20명 정도의 프로그래머를 채용했다. 수도 코펜하겐의 다운타운에 소재한 이 회사는 “국내에서 사람을 채용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채워야 할 자리는 많은데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쇼링사의 피터 에네볼드센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숙련된 용접공과 산업 디자이너들을 충원하려고 1년 넘게 사람을 찾고 있다. 볼보와 캐터필라로부터 계약을 따낸 이 회사는 덴마크의 삼림 우거진 북주지역에 20에이커 공장을 가지고 있다. 직원 275명의 이 공장은 부분적으로 자동 조립라인으로 가동되고 있다.
에네볼드센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2% 이상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임금을 그 이상 올리면 회사의 이윤에 문제가 생긴다. 최근 동부 유럽 출신 노동자 몇 명을 채용하기는 했지만 인력 부족은 여전하다.
지난해 수주한 60만 유로(63만7,000달러) 짜리 프로젝트는 많이 늦어지기는 했어도 결국 끝마쳤다. 하지만 인력 부족사태를 해결하지 않고는 회사가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가 없어 그는 걱정이다. 용접공 8명과 기계 프로그래머 몇 명을 구하느라 그는 결국 헤드헌터에게 문의를 했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20명의 설계자와 기계공학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있는 테콘 포름이라는 회사는 지난해 주문하려는 고객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일하는 데 필요한 만큼 인력을 확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력부족 사태는 대기업이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덴마크 지부는 한동안 IT 직원들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더니 이제는 마케팅과 세일즈 직원들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대한 규모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외국에서 일꾼들을 코펜하겐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지만, 그러고 나면 이들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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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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