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통장 속 ‘수상한 돈’ 출처 못 밝히고 수사 마무리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이 서울 중구청 공무원들의 비리를 1년 넘게 수사한 끝에 '뇌물 의혹'이 제기됐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공무원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일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4월 서울시로부터 '중구청 도심재생과 팀장 임 모 씨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내용의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의혹의 핵심은 임 씨의 통장에 2013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 번에 수백만 원씩 수백 차례에 나눠 입금된 총 7억5천만원의 돈이었다.
공무원의 소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돈의 출처를 추궁당한 임 씨는 "임 전 고문과 친분이 있는데 호의로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고, 임 전 고문도 이와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 주장과 달리 돈이 오가지 않았다고 봤다. 임 전 고문이 지난 4년 동안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은 6천200만원에 지나지 않는 데다 자택 압수수색에서도 현금다발이 발견되지 않았고, 돈을 건넨 흔적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고액의 현금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면서도 돈을 언제 어디서 주고받았는지는 두 사람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처음 돈이 입금되기 시작한 시점은 이들이 알고 지낸 지 불과 1개월이 지난 때여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 씨의 통장에 입금된 '수상한 돈'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되자 임 전 고문과 임 씨는 이에 맞춰 서로 주고받은 액수를 높여서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임 씨가 뇌물죄 처벌을 면하려고 거짓말을 했고 임 전 고문도 이를 도왔다고 판단했다.
임 씨가 재벌가 사위인 임 전 고문으로부터 호의로 돈을 빌렸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고, 임 전 고문도 공무원 업무와 관계없이 돈을 건넸다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임 씨를 위해 거짓말을 해줬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일각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중구 장충동에 한옥 호텔 건립을 추진하며 남편인 임 전 고문을 통해 로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지만, 경찰은 "당시는 임 전 고문이 이미 삼성그룹과 관련 있는 일을 할 입장이 아니었다. 한옥 호텔 관련 로비를 하려면 중구청이 아닌 서울시에 로비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 씨는 2014∼2017년 신축·증축·용도변경 등 인허가를 해 주는 대가로 건축 설계·감리업체 대표들로부터 총 1억4천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됐고, 임 전 고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경찰 수사 결과로도 몇몇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임 전 고문은 2013년 9월 사촌의 친구로부터 임 씨를 소개받아 친분을 쌓았다. 임 전 고문의 사촌은 과거 서울의 다른 구청에서 임 씨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하면서까지 거짓 진술을 해 줬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임 씨의 통장에서 발견된 7억5천만 원 가운데 뇌물로 확인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6억여 원의 출처도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이 오간 뇌물 사건의 특성상 모든 걸 밝히기 어려웠다"며 사실상 이번 수사의 한계를 인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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