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미 진영 대표한 40년 우정 변화 불가피
이란, 미북 정상회담 혹평 등 비관적 전망
▶ 북한-미국 가까워질수록 우호 유지 힘들어

북미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이란 신문. 이란은 핵 합의와 관련해 우려의 시각을 던지고 있다. <연합>
“이란인 자바드 무사비는 이란 국방부 산하조직 SHIG의 임원이다. 그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액체 연료 추진식 탄도미사일과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밸브, 전자 설비, 계측 장치를 이란으로 실어 나르는 데 가담했다.
2016년 1월 미국 재무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제재 대상을 추가하면서 밝힌 이유다.
미국은 그간 북한의 무기 수출을 관장하는 KOMID의 이란 지사 대표를 ‘자동으로’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에 북한의 미사일, 핵 기술자가 최소 수십 명 규모로 상주한다고 본다.
이란은 1980∼1988년 이라크와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급속히 가까워졌다. 서방과 아랍권이 이라크를 전폭 지원하면서 고립된 이란에 북한이 무기를 제공했다.
이후 약 40년간 두 나라는 비동맹운동(NAM)의 핵심 회원국으로, 반미 진영을 대표하는 우방이었다.
이들의 든든했던 관계는 13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으로 급변하게 됐다.
북한은 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다고 전 세계에 선언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미사일 엔진 실험시설도 폐기를 약속했다.
북핵 문제가 이렇게 극적이고 빠르게 풀리는 동안 우방인 이란의 핵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발표로 점점 험악해지면서 상반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변심’을 바라보는 이란의 시각은 복잡하다.
일단 이란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을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확인했음에도 일방적으로 깬 것처럼 미국은 언제라도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도 취소할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부각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노바크트 이란 정부 대변인은 12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우리는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서명을 물릴 수 있는 인물(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을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란 언론들도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북미 정상회담이 상징성은 컸지만 실체적인 성과가 없었다고 혹평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이란 신문 케이한은 13일자에 ‘북한과 미국의 다섯 번째 합의문 서명’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미국이 어떤 구체적인 보증도 없이 숙적 북한의 정권의 안전을 약속했다. 북한이 종국에 그들의 소중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데 합의문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해설했다.
개혁파 신문 엡테카르도 13일자에 ’늙은 카우보이와 미사일 소년‘이라는 제목에서 “북한은 미국에 크게 양보했으나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북한은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미국과 협상했지만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 탈퇴를 경험한 이란으로선 당연한 반응이지만, 미국의 제재를 함께 받는 동병상련의 오랜 ’친구‘ 북한의 파격적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면서 탄도미사일, 핵기술과 같은 양국의 군사 기술 협력도 상당히 제약을 받을 공산이 크다.
북한이 미국과 합의를 이행하면서 동시에 미국 정부가 최대 적으로 삼는 이란과 기존 우호 관계를 계속하도록 방관 또는 묵인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이란의 관계가 돌발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현지에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한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고립하기 위한 적대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
달러 대비 이란 리알화의 가치는 암시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5% 이상 급락했다.
미국은 8월6일 핵합의로 완화했던 대이란 제재를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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