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분출 후 관광객 하와이 섬 몰려
▶ ‘기도, 폭격, 벽 쌓기’… 과거 용암 저지책 눈길
세계 최대 활화산인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나 로아 화산이 1984년 이후 38년 만에 분화를 재개했다. 용암을 보려는 관광객이 하와이에 몰려 뜻하지 않은 ‘화산 관광 성수기’가 됐다. ‘기도, 폭격, 벽 쌓기’ 등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려던 과거 시도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와이주에서 가장 큰 섬인 하와이(빅 아일랜드)에 있는 마우나 로아 화산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용암과 수증기, 연기를 내뿜고 있다. 해발고도만 4,170m나 되는 산봉우리인 마우나 로아는 기록이 시작된 1843년 이후에만 34차례나 화산이 분출했다. 이웃해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난해 9월부터 분화하고 있다.
화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힐로에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1년 중 이 시기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휴 사이 관광객이 가장 적었던 비수기인데, 화산 분출 후 관광객이 급증했다. 화산 폭발로 인한 빛까지 보인다는 캐슬 힐로 하와이안 호텔 직원 마리언 소맬리노그는 2일 AP 통신에 “(화산 폭발로 관광) 붐이 일고 있다”며 “방은 크리스마스 이후까지 매진”이라고 전했다.
마우나 로아를 하늘 위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헬리콥터 관광 상품도 관광객과 언론에 인기다. 관광객이 탄 수천 대의 차량이 하와이섬 동쪽 힐로와 서쪽 카일루아-코나를 연결하는 200번 국도, 새들로드에서 교통 체증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용암 흐름이다.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용암은 새들로드 인근에 멈춰 있다. 하지만 킬라우에아 화산이 2018년 분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가옥이 700여 채나 파괴됐던 악몽도 하와이섬 주민들을 떨게 하고 있다. 마우나 로아 화산은 초당 대형 덤프트럭 10대를 채울 만한 분량의 용암을 생산하고 있다.
1881년 마우나 로아에서 분출된 용암이 힐로로 향할 때 당시 하와이 총독은 용암을 막기 위해 ‘기도하는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용암은 계속 흘렀다.
50년 뒤에는 미 육군 항공대가 용암이 흐르는 통로를 파괴하기 위해 폭격에 나서기도 했다. 600파운드(272㎏)짜리 폭탄 20개가 투하됐고 폭탄에는 각각 355파운드(161㎏)의 폭약(TNT)이 들어 있었다. 폭탄 투하 이후 용암 흐름은 끊겼지만 “우연이었다”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고속도로와 가옥 보호를 위해 벽을 쌓아 용암 흐름을 우회시키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현실적으로 건설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용암이 빨리 흐르거나 평지가 아닌 경사지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자연, 화산, 불을 관장하는 하와이의 여신 ‘펠레’의 의지를 방해하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해 하와이의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AP는 보도했다. 하와이 원주민문화 실천가 킬로하 피스치오타는 “물리적으로 용암을 우회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개념에 뿌리를 둔 서구식 생각”이라며 “용암이 사람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용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에서 분리돼 있지 않고 자연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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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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