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개월 전인 지난 4월, 기자는 관세 여파로 흔들리기 시작한 밥상물가를 우려하는 칼럼을 작성했다. 당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4분의 1(23%)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자신의 재정 상황을 개선했다고 응답했으며, 그 두 배에 가까운 42%는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만 해도 공화당 지지자 4분의 3이 그의 정책이 재정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조사 당시 그 비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응답자의 72%는 단기적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47%는 장기적으로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6개월 전 미국인들이 느꼈던 물가 공포는 결국 현실이 됐다. 당시에도 기자는 걱정을 토로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시작조차 아니었다. 이후 상황은 한층 악화됐다. 소리 없이 밀려온 물가 상승의 파도는 먹거리에만 그치지 않았다. 캔 스프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 오디오 기기, 의류, 공구·하드웨어 부품 등 다양한 수입품을 중심으로 ‘트럼프 관세’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방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 오디오 기기 가격은 14%, 의류는 8%, 공구·하드웨어·부품은 5% 상승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9%에 그쳐 우려보다는 타격이 적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소비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서, 많은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수입품에 매겨진 관세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칼춤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파·의자 등 천이나 가죽 등을 덧대거나 씌운 가구의 관세율 25%가 오는 1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세계 최대 커피 수출국인 브라질에는 50%의 수입 관세가 부과돼, 지역 소규모 카페들이 줄줄이 폐업 위기를 앞두고 있다는 뉴스도 나오기 시작했다. 수입업자들이 미리 쟁여둔 재고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본격적인 가격 상승은 이제 막 시작일 것이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서막도 지금 막 시작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주거비, 의료비, 전기료 등 생계에 필수적인 고정 지출은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설사 소득이 늘어난다 해도 이들 필수 생계비가 줄줄이 오르면서 실질소득을 갉아먹는 ‘생활비 인플레이션’ 속에 서민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평균 주택 임대료는 전년 대비 약 3.8% 상승해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세입자의 절반가량은 수입의 30% 이상을 월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요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천연가스 요금은 약 13.8%, 전기료는 약 6.2% 상승했다.
코스코에서 늘 사던 치즈는 얼마 전과 비교해, 거짓말 조금 보태 거의 두 배로 올랐다. 평소 먹던 소고기는 한 팩에 100달러에 근접해, 카트에 담을 때마다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게 된다. 세일 품목을 찾아 마켓을 돌아다니며 사냥하듯 장을 보지만, 계산대에서 지불해야 할 금액은 늘 예상보다 많아 영수증을 다시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원 아메리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수입을 활용한 ‘현금 경기부양금(stimulus check)’ 지급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1,000~2,000달러 규모의 배당금(dividend)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00달러 용돈이 실생활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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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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