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나 독일이 2차대전의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처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민족적 자존심에서 나온 단결을 꼽고 있다. ‘남이야 어찌되건 말건...’하는 이기심이 팽배되어 있었더라면 결코 그리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족적 자존심은 민족의 혼이라고도 불린다.
2000년 가까이 나라 없이 방황해야만 했던 이스라엘이 끝내 자기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까닭도 민족혼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혹독한 냉대 속에서도 민족을 내세우며 자기를 지키려 했고 그들에게 돌아온 이익은 무엇일까?
‘언어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설을 따르게 되면 미래의 미주 한인사회를 전망할 때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겉만 한국인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한글을 떠난 한국의 민족혼은 온전할 수 없다. 한국 민족혼은 한글이라는 그릇에 담아야 참 맛이 난다. 한글이 사라지면 아마도 한민족의 혼 또한 사라지리라. 그것을 잘 알기에 이곳에는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가 많이 생겼다. 그것은 한인의 의식이 낮지 않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므로 자부심과 더불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한글을 배우고 익히다 보면 한국 민족혼이 그 사이에 저절로 자리잡을까.
남북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심심치 않게 북한인의 의식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때 금방 느끼는 점은 남북한 의식의 차이다. 동포애를 볼 때 북한은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남한은 북한만 못한 것을 본다. 한 민족이라도 전혀 다른 교육과 환경에 있게 되면 의식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서나 의식이 비슷하지 않으면 같은 식구라도 아주 먼 듯한 이질감을 느낀다.
민족의 동일성은 언어 속에 녹아있는 혼을 놓친 채 껍데기 뿐인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더욱이 민족의 영원성을 확보하려면 공통의 혼이 있어야만 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게 된 동기는 실용과 편리함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민족의 동일성을 회복하고, 영원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세종대왕이 염두에 둔 우리의 혼은 무엇일까.
뿌리 깊은 나무는 웬만한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 민족혼이 살아있으면 외래 사상이나 문물에 금방 휩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을 나온 미국인 스님은 한국 불교를 한국인에게 포교할 생각이라고 한다. 누구보다도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는 그에게 한국인은 서양 문화에 귀신이 들린 듯 사족을 못 쓰며, 자신의 것을 잃어가는 게 너무 안타깝게 보이나 보다.
한민족의 혼은 무엇인가? 고구려와 고려는 중원(세계)을 다스리려는 기개가 있고 춤과 노래를 즐겼으며, 조선은 가난 속에서도 여유와 품위를 잃지 않는 전통을 지켜 왔다. 결국 한민족은 대범 속에 여유로, 세계를 가슴에 품고 현실을 즐기는 민족이 아닌가 한다. 그러던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지금 당장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한탕만 노리는 영악한 길로 달리고 있어, 뉴우스를 보면 부정과 부패,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기성 사업에 울고 웃는 사건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반성해야 한다. 반성과 아울러 우리 핏속에 흐르는 본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오늘 뿐 아니라 내일에 희망을 갖고 있다. 한민족의 내일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라면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심어주어야 하는지 잘 생각하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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