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서는, 또 트럼프에게는 good week이었다.’ 한 서방 언론의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이 그랬다는 건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내려진 트럼프의 이란공격 명령. 그 작전이 성공리에 전개되면서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는 미국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그 날이 2025년 6월 22일(이란 현지 시간)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 나토정상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6월이 끝나가는 주간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 주는 정녕 미국에게는 good week이었다. 반면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CRINKs(중-러-북한-이란)에게는 bad week가 아니었을까.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핵시설이 초토화된 이란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엄청난 군사적 파워, 그리고 결단력을 목도한 중국 등 나머지 CRINKs들로서도 결코 즐겁지 않은 충격의 한 주였다. 더 더욱이 푸틴에게는 단순한 bad week를 넘어 ’극히 불길한 징조가 깃든 한 주‘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달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파상적 이란 공격, 그 충격파는 중동지역 너머로까지 확산돼 전해지고 있다.’ 지오폴리티컬 모니터지의 진단이다.
6월 하순의 한 시점. 전 세계 TV 화면은 키이우와 텔아비브의 아파트먼트 블록들이 나란히 무차별 드론 공격을 당하고 있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었다. 서로 수 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그 두 도시가 같은 모델의 드론 습격을 받고 있는 광경이 생중계되다 시피 했던 것이다.
공격 세력은 푸틴 러시아와 회교신정체제 이란으로 서로 다르다. 그러나 공격무기는 똑같다. 전술도 같다.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도 같다.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타도하겠다는 거다.
무엇을 말하나. 이 두 개의 전쟁은 그 기원도, 또 공격 목표도 다르다. 그러나 전략적 동반관계에 묶여 협업 식으로 수행돼왔다는 사실이다.
이란은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이란 세력을 내세워 중동지역 지배를 도모해왔다. 러시아는 유럽의 안보구조 변형을 통한 세력권 확대와 함께 다극체제 세계질서수립을 추구해왔다. 이 둘의 야망은 각자 다르다. 그러나 서방주도 자유민주주의 세계질서를 뒤엎는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이 공통된 목적 하에 군사, 외교적으로 하나로 연계돼 있다.
그들의 협력관계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 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독재체제를 지원한 것이 그 하나다. 중동지역에서 서방세력을 몰아낸다는 공동목표에서 군사, 외교적 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서방, 특히 미국에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해 왔다. 1979년 호메이니의 회교혁명이후 줄곧 지켜온 노선이다. 그런 회교신정체제 이란은 미국주도 세계질서를 배격, 다극질서체계를 주창해온 푸틴에게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자 러시아에 드론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급하는 등 군사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전략적으로 밀접히 연계돼 있다. 그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빈사상태를 헤매고 있다. 그 충격파가 러시아로서는 여간 큰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정학적 모양새가 빠지는 정도가 아니다. 이란 신정체제 몰락은 ‘갇힌 권위주의 체제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푸틴에게 불길한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푸틴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직접 나서 이란 핵시설에 벙커 버스터를 투하한 사실이다.
‘서방은 전쟁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고립주의 지향의 미국은 군사개입을 극력 꺼리고 있다.’ 푸틴의 눈에 비친 서방세계이다. ‘그러니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올 위험이 따르는 군사행동은 미국으로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 따라서 이란 공격은 있을 수 없다,’
이게 푸틴의 수읽기인데 착오가 발생했다는 것이 지오폴리티컬 모니터지의 지적이다.
예상을 깨고 트럼프는 공격을 명령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종전과 180도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허를 찔렸다고 할까. 푸틴은 그래서 더 당혹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수읽기 상의 오류는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GDP의 5%로 국방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한데에서도 드러난다. 트럼프의 성화가 한 몫을 했다. 유럽의 재무장과 관련해 나오고 있는 지적이다.
실상은 그게 아니다. 유럽의 재무장을 진척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푸틴이란 게 월드 폴리틱스 리뷰의 진단이다.
속된 표현으로 유럽을 졸로 보았다. 그리고 너무 막나갔다. 그 업보라는 거다. 그러니까 경제력 규모에서 러시아의 20배가 넘는 유럽을 깔보고 공갈에, 협박을 해대다가 부메랑을 맞게 됐다고 할까. 국방 예산이 연 1조 달러에 이르는 또 다른 군사초강국을 맞닥뜨리게 됐으니….
미국으로서는 good week, CRINKs로서는 bad week. 그 주를 뒤로하고 이제는 7월이다. 새달 들어 워싱턴 안팎에서는 더 흉흉한(푸틴에게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 회교신정체제 붕괴, 더나가 푸틴 러시아, 심지어 중국의 레짐 체인지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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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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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도람통이 래짐 체인지 당할지도...사기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