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인타운 경제는 9.11 테러가 있기 전까지 연초부터 불경기의 기미를 보였던 미 경제에 비하면 비교적 순항을 해왔다. 천연개스 가격의 폭등으로 일부 대형 한인 염색업소가 파산을 신청하고 요식업소나 세탁업소등 전기사용량이 많은 업종이 캘리포니아주 전력위기에 따른 전기료의 급등으로 고통을 겪은 것을 제외하곤 그런 대로 버틸 만은 했다.
그러나 9.11 테러이후 심리적인 위축으로 타운 경제도 비틀거리고 있다. 뉴욕등 미 동부에서 일어난 테러사태였지만 대부분의 남가주 한인들이 원래 소비하려던 부분의 지출을 줄이거나 동결시켜버렸다. 지난해 은퇴했던 한인부부는 올해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예약까지 마쳤지만 테러의 여파로 인한 불안 심리로 여행을 취소하고 말았다. 올 추수감사절을 타주의 가족과 함께 보내려던 40대의 한인부부도 비행기 여행을 취소했다. 평소 같으면 한달에 2∼3번 정도는 즐기던 외식 횟수를 1번 정도로 줄이거나 아예 집에서 해결하는 식으로 대체하는 등 돈이 있으면서도 불안심리 때문에 소비를 하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가장 타격이 컸던 분야는 항공사다. 괜한 불안심리 때문에 비행기를 탈 생각을 안 하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운항편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는 직원들의 감원사태까지 연결됐다. 여행사와 관광사는 급격한 고객 감소로 일부 업소가 아예 문을 닫았고 직원들을 감원하는가 하면 무급휴가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 호텔과 모텔등 타운의 숙박업소들도 고객이 크게 줄어 고전했고 샤핑센터나 선물업소도 예년에 비해 손님이 오지 않아 대폭세일을 감행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다운타운의 의류업소도 매상감소로 고전했고 타운식당들도 고객이 크게 줄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제는 심리다. 내가 돈을 쓰지 않으면 상대방이 돈을 쓰지 않고 서로 돈을 쓰지 않다 보면 타운경제가 원래의 회전 사이클을 잃어버리게 된다. 관광사 사장은 식당 가서 외식을 하고 식당 주인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관광도 가고 일반 소비자들도 연말 샤핑시즌이면 예년처럼 주위에 감사했던 사람들을 위한 선물 샤핑이나 자녀들을 위한 의류, 학용품 구입 등도 이왕이면 한인타운 업소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타운업소에 자금이 순환된다.
이 모든 어려움이 내면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위축에서 비롯됐다. 사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이 기회에 라스베가스도 50달러의 항공료로 값싸게 다녀올 수 있고 유럽여행을 가도 저렴한 가격은 물론 평소에 비해 고품질의 관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은행으로부터 크게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받기도 훨씬 쉬워졌다.
샤핑센터나 선물업소, 가구점 등은 예년에 비해 훨씬 값싼 가격과 사은품 증정 등으로 대대적인 고객유치 작전에 나섰다. 마음만 먹으면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자동차는 말할 나위도 없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0% 이자율을 제공하고 있어 이 기회에 이자를 내지 않고도 고품질의 자동차를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평소에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고급 관광지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이제는 테러와 전쟁의 여파에 따른 심리적인 위축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이번 연말 샤핑시즌을 계기로 타운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타운 경제의 회복은 상인들의 판촉전략도 중요하지만 바로 우리 한인들 개개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소비해야 할 부분을 소비하는 데 있다. 타운경제는 결국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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