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 특집
▶ 긴급진단-노인아파트 독거노인들 생활실태
우리 사회에는 독거노인들이 많다. 그들은 소외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몸도 편치 않고 기력도 없어 독방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다. 잔슨페리 노인아파트 는 그런 한인 독거노인들이 상당수 된다. 찾아오는 이도 없어 쓸쓸함만 배어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 한인사회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잔슨페리 노인아파트에 사는 박성준(83)할아버지는 요즘 하나둘 보따리를 챙기고 있다. 갈수록 기력이 떨어져 어느 날 갑자기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 88년 아내와 사별하고 한국과 뉴욕에 사는 두 딸과도 떨어져 홀로 지낸 지가 어언 11년째. 찾아오는 이도 없고 어디 외출할 할 기력도 없어 그야말로 ‘외로움’만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게다가 노인아파트내 유일한 벗이었던 이판봉옹이 지난 2월 먼저 세상을 떠나 더욱 야속하다. “쓸쓸하다는 것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지. 남에게 의지할 생각도 없어. 있는 그대로 살자고 말이야. 아내가 있을 때만 해도 안그랬는데….”
10년전 유언장까지 써놓은 박옹은 요즘 당뇨·녹내장·고혈압 등으로 시력이 극도로 나빠졌고 치아도 망가져 손수 만든 죽으로만 연명하고 있다. 92년 노인아파트에 입주한 박옹은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해방직후 서울지방법원 서기로 일하다 지난 84년 64세로 은퇴했다.
아내 병(폐결핵)을 고치러 그해 이민온 박옹은 마리에타에 있는 의료기 생산공장인 아미텍에서 7년간 조립·포장일을 했을 만큼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제는 그럴수 없어 안타깝다.
“몇해전 불우이웃돕기에서 다녀간 이후 추석 등 명절이 되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요.”
2층에 사는 박옹은 2년전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굴러 찰과상을 입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아파트에서 2년여째 사는 김정자(86) 할머니도 외로움에 치를 떤다. “친구도 없어 종일 방안에서 TV나 보며 살지요. 가끔 노인회에서 쌀을 줘 고맙지만 힘든 게 외로움이지.”
만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데다 소셜 베니핏도 못받는 처지. 그러나 다행히 7개월전 메디케어 혜택을 받게 되자 한달에 두차례씩 병원에서 받아야 할 수혈비용 걱정은 없어졌다.
충남서산이 고향으로 고무신 가게를 운영하다 9년전 방문비자로 와 영주권을 받았다. 50세때 남편과 사별했다는 할머니는 아틀란타에 막내딸이 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기력이 없어 이제는 숟가락 조차도 들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성경 읽기는 빼놓지 않는다.
역시 혼자 사는 우영식(83) 할아버지는 야채장사를 하다 81년 이민와 지난 85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로 됐다. 이웃 독거노인들끼리도 서로 이야기 하지 않아 쓸쓸함이 더한다.
“누가 홀아비를 좋아해야지. 혼자 지내다 보면 하루 해가 너무 길어. 베니핏을 조금 받아 돈은 많이 필요 없지만 외로운 것이 힘들지.” 그런 우옹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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