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딧 없이 크레딧 쌓을 기회
▶ 대출자 상환력 더 정확히 판단
▶ ‘과도 분할·연체’ 피해야 도움
▶ 실제 반영까지 시간 걸릴 듯

신용평가사 페어 아이작(FICO)은 BNPL 대출 이용 기록을 반영하는 새로운 크레딧 점수 모델을 올가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로이터]
‘선 구매, 후 지불’(Buy Now, Pay Later·BNPL) 대출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를 반영한 크레딧 점수 산정 방식이 곧 도입될 예정이다. 신용평가사 ‘페어 아이작’(Fair Isaac Corporation·FICO)은 지난 6월, BNPL 대출 이용 기록을 반영하는 새로운 크레딧 점수 모델을 올가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5가구 중 1곳 사용BNPL은 최근 들어 식료품이나 생필품 등 필수 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가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약 14%가 최근 1년 내에 한 번 이상 BNPL 대출을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 했다. 이는 2년 전 조사 때(10%)보다 증가한 수치로 크레딧 기록이 충분하지 않은 소비자일수록 BNPL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 가구 5곳 중 1곳(약 20%)이 BNPL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 크레딧 없이 크레딧 쌓을 기회BNPL 대출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승인되고, 제때 할부금을 납부하면 별도의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BNPL은 일반적으로 4회 분할 납부 방식이 적용되며, BNPL 업체는 이자 대신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일부에서는 BNPL 대출이 무분별한 대출을 유도해 저신용 소비자들의 부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FICO의 신용평가 방식 개편은 신용 거래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크레딧을 쌓을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공익연구단체’(PIRG)의 소비자보호 담당 테레사 머레이 디렉터는 “모기지나 크레딧 카드가 없는 사람들에게 BNPL은 신용기록을 쌓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라며 “다만 사용액을 제때 납부하고 정확히 보고될 때 기대했던 크레딧 점수 상승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대출자 상환력 더 정확히 판단FICO 점수는 소비자의 다양한 금융 활동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전체 점수의 35%는 ‘연체 없이 제때 빚을 갚았는가’가, 30%는 ‘현재 보유한 부채 규모’가 차지한다. 여기에 크레딧 거래 기간, 크레딧 계좌 다양성, 최근 개설한 계좌 수 등이 반영된다. 이 자료는 미국의 3대 신용평가기관인 익스페리언, 에퀴팩스, 트랜스유니언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이번 개편에 따라 소위 ‘보이지 않는 부채(Phantom Debt)’가 통계에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연맹의 금융서비스 담당 애덤 러스트 국장은 “지금까지 BNPL은 크레딧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의 실제 부채가 적게 잡히거나 반대로 책임감 있게 상환 중인 기록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BNPL 데이터를 금융사가 볼 수 있게 되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실제 반영까지 시간 걸릴 듯
BNPL 기록이 반영되는 새로운 FICO 점수 체계가 도입되더라도, 금융기관이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소비자 재정정보 서비스 업체 뱅크레이트의 테드 로스먼 신용카드 전문가는 “크레딧 점수 모델을 바꾸려면 시간과 비용, 직원 교육 등 여러 자원이 필요하다”라며 “FICO 점수는 전체 금융기관의 90%가 어떤 형태로든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FICO 8’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올해 FICO 10 모델로 전환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해당 계획을 연기한 상태다.
금융 및 재정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크레딧 점수는 단일하게 사용되지 않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FICO 점수는 업종에 따라 세부 알고리즘이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모기지 대출에 사용되는 평가 모델과 자동차 대출, 크레딧 카드 승인에 쓰이는 점수는 다를 수 있다. FICO 외에도 밴티지스코어와 같은 신용 평가 방식이 별도 사용되고, 일부 금융기관은 이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 점수에 당장 영향?…아직 ‘미지수’BNPL 대출 정보가 FICO 점수에 반영된다고 해서 당장 개인의 크레딧 점수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가을부터 적용될 예정인 새 크레딧 점수 모델이 실제로 얼마나 사용될지는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새 평가 방식이 실제 크레딧 점수에 영향을 주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선 BNPL 업체들이 데이터를 3대 신용평가기관에 자발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이후 금융기관들이 최신 FICO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의무사항은 아니다.
현재 일부 BNPL 업체는 이미 데이터를 보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펌’(Affirm)은 모든 할부상품을 포함, 4회 분할 납부 형식의 단기 대출까지도 익스페리언과 트랜스유니언에 보고하고 있다.
경쟁 업체 ‘클라나’(Klarna) 역시 장기 대출 내역을 트랜스유니언에 제출 중이다. 반면, ‘애프터페이’(Afterpay)의 모회사 ‘블록’(Block)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BNPL 데이터가 소비자 신용점수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근거가 나타날 때까지는 보고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과도 분할 결제·연체’없이 책임있는 사용BNPL 대출도 일반 크레딧 카드와 같은 방법으로 관리해야 크레딧 점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BNPL도 결국 대출인 만큼 책임 있는 사용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크레딧 점수 산정에 BNPL 옵션이 제공되면 소비자 지출이 증가하고, 이는 초과 인출 수수료 및 신용카드 이자·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BNPL 과소비에 따른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여러 BNPL 대출의 만기가 동시에 찾아오는 경우, 소득보다 상환액이 커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이용 횟수와 상환 시점을 분산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이미 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국 신용상담재단’(NFCC, nfcc.org)과 같은 기관을 통해 신용상담을 받아볼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자신의 크레딧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오류나 부정확한 정보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BNPL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경우, 이번 FICO 개편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점수 산정에서 ‘신용상품 구성 비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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