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2위→15윌…성장률 1%대 추락
한때 세계경제 ‘귀감’서 ‘타산지석’전락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던 독일 경제가 주저 앉고 있다. 2000년 이후 성장률이 1%대 미만으로 급락하고, 실업률은 10%대를 넘어선 데다가 최근에는 디플레이션(자산가치 하락)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때 세계경제의 ‘귀감’에서 이제는 ‘타산지석’으로 전락한 독일경제 쇠락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학계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라인강의 기적’은 없다
2002년말 현재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9,000억달러. 경쟁국인 프랑스(1조3,000억달러)와 영국(1조4,500억달러) 등과 비교하면 독일은 여전히 유럽의 가장 큰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BW),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BW는 “통일 후 독일의 경제적 파워가 커질 것이 우려됐으나, 이제는 오히려 그 허약함을 걱정해야 한다”고 보도했으며, FT는 “경직된 고용구조, 개혁불감증 등에서 10년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과 흡사하다”며 독일 경제를 평가 절하했다.
독일 경제의 각종 지표는 1990년대를 분기점으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1951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독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로 주요 선진국 중 최고였다. 또 같은 기간중 산업생산은 연평균 4.3%, 수출은 8.3%씩 증가했다.
반면 90년대 이후에는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 95년부터 2000년 기간 중 누적 성장률은 6.5%에 불과하다. 미국(22.3%)의 3분의1 수준이며, 영국(14.9%)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92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까지 상승했던 국가경쟁력(IMD기준)도 이후 급락, 97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2002년에는 15위에 머물고 있다.
핵심은 노사관계
독일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은 가장 큰 요인은 ‘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사관계 제도와 관행이다. 독일연방은행(Bundesbank)은 3월 내놓은 ‘독일 경제, 위기탈출의 길’이라는 보고서에서 경제 위기의 원인을 ▦경직된 노동시장 ▦과도한 사회보장시스템 ▦통일비용 ▦세계경제 동반침체 등 4가지로 요약했는데, 사실 마지막 요인을 빼면 나머지 3개는 노사관계 요인이다.
통독이후 투입된 5,150억마르크(420조원)의 통일관련 직접비용 대부분이 경쟁력 없는 동독 노동자들에게 투입됐고, GDP의 40%가 사용되는 사회보장제도도 45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들이 취직을 하지 않아도 불편 없이 생활하는 데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연방은행은 “사회보장시스템이 실업을 양산하고 있으며, 시장경제 원리의 작동을 막는 과도한 노동권 보호장치들이 재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기 징후에도 불구, 정치 세력화한 강력한 노조가 개혁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볼프강 클레멘트 독일 경제노동장관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휴일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가 노동계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은 대표 사례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독일의 역대 정권마다 개혁을 외쳤으나, 사회전반에 개혁 거부감이 형성돼 있는데다가, 80년대 영국 대처 총리처럼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독일에 없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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