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렁에, ‘리크 게이트’에, 마이어스 지명 철회까지
대법관 후보 무리수로 만회하기 힘든‘정치적 상처’
측근 기소 가능성까지 겹쳐 남은 임기 우려 목소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자신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담당 고문이 상원 보수파들의 반발에 견디다 못해 지명된 지 24일만에 스스로 퇴진한 데다 28일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가 이른바 ‘리크게이트’(LeakGate), 즉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누설 사건으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최고 심복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차장은 간신히 기소를 면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입은 정치적 타격은 만만치 않다.
또 이라크 전쟁으로 숨진 미군 병사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미국 내 반전여론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부시 행정부의 신뢰성에 남긴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고 있다. 특히 마이어스의 사퇴는 지지도가 40% 이하로 추락한 부시 행정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대법원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마이어스를 지명했지만 안전할 것으로 믿었던 그 선택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힘을 약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지금까지 심지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도 더 많이 우파의 비위를 맞춰왔지만 개인적 친분을 정치적 전략보다 우선시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그가 마이어스 지명의 패착을 만회하려고 시도할 경우 민주당측과 충돌하고 정치적 중심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어스의 퇴진을 리크게이트와 연결시키는 시각도 팽배하다. 대통령의 이너서클이 대통령의 판단을 왜곡시켜 부시 대통령은 더욱 독단적인 행동을 해왔으며 그는 태평하게도 보수파들이 그의 선택을 존중해 줄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이 리크게이트 수사 발표 이전에 마이어스의 퇴진을 받아들인 것은 더욱 혼란스런 시기에 대비키 위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부시의 남은 임기를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부시가 지금까지 248주간 백악관에 머무르며 9.11테러와 2차례의 전쟁, 힘겨웠던 재선과정을 겪어왔지만 현재만큼 정치적으로 약화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큰 문제는 남은 39개월의 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라면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사망자가 2,000명을 돌파하면서 반전여론이 확산되고 리크게이트로 측근이 기소될 위협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학자들과 공화당 원로들은 이제 부시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했던 것처럼 백악관 참모들을 갈아치우고 국내외 정책 의제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는 마이어스 사퇴건은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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