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 있는 후버빌딩. FBI본부로 쓰이고 있다. 1억2,600만 달러를 들여 1974년 완공됐다.
댄 버튼 연방하원의원(인디애나주 공화)은 지난 3년 연속 동일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연방수사국(FBI) 본부 건물에 있는 후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번번이 좌절됐다. 그런데 최근 부시 행정부의 전화도청 스캔들로 이해 정부의 정보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제고되면서 이 법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후버, FBI개혁 선봉 불구 권력 남용해 오명
정적들 도청하고 뒷조사해 협박·회유 일삼아
공화·민주 양당에 상당한 공감, 언론도 동참
전직 FBI요원들 “공로 인정해야” 반대 로비
FBI의 ‘후버 빌딩’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자는 안에 지지자가 늘고 있다. 이라크 개전 이전의 정보에 대한 조사를 위해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회의 리더였던 연방순회법원의 로렌스 실버맨 판사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실버맨은 후버라는 이름을 없애면 FBI의 이미지가 개선돼 국가에 대한 봉사에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에는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상당수 있다. 그러나 모두들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1972년 사망 이후 후버에게 ‘불상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후버는 정직과 성실을 모토로 한 현대판 FBI의 창설자이다. 그러나 후버는 나중에 민권운동이 절정에 달하자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인사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도청을 서슴지 않았다. 후버는 또 정적들을 위협하고 폄훼하는 발언을 쏟아낸 장본인으로 악명이 높았다.
공화당 측으로서는 레이건이나 부시 전 대통령들이 있는 마당에 후버 대통령의 이름을 굳이 보전할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입법을 추진하는 버튼 의원은 FBI의 권력남용에 대한 2002년 청문회에서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을 조작한 사람을 기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보수논객 로버트 노박도 최근 후버빌딩에서 후버의 이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버는 법을 어긴 사람이므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람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후버가 1963년 앨라배마 버밍햄에서 발생한 교회 흑인 소녀 4명 폭발사건에 대한 수사에 압력을 가했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의 연방하원의원 신시아 매키니(조지아)는 ‘후버’를 ‘프랭크 처치’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처치는 아이다호 출신 상원의원으로 후버가 저지른 FBI 권력남용에 대한 청문회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FBI에 먹칠을 한 사람이 아니라 FBI를 바로 세우려 노력한 사람의 이름을 따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후버빌딩에서 후버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1998년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해리 리드(네바다)에 의해 처음 시작됐었다. 리드 의원은 현재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이다. 리드는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한 후버의 이름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은 나라에 좋을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상원은 후버의 이름을 제거하자는 안을 찬성 36, 반대 62로 부결시켰다.
실버맨 의원은 “후버 이름을 제거하는 안을 두 명의 상원의원이 공동으로 제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FBI가 그토록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공작을 한 것을 알고는 놀랐다. 양당의 공조여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다. FBI 전직요원들의 모임은 후버가 FBI의 현대화에 끼친 공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1924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FBI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후버의 이름을 삭제하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후버 이름 제거에 대한 FBI 전직요원들의 ‘반대 작전’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입법화를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후버는 FBI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신문, 라디오, 영화 등을 통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FBI 개혁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후버의 말은 곧 법이 됐다. 말을 안 듣는 요원은 외지로 전보발령을 냈다. 후버는 자기 마음대로 복장규정이나 행동강령을 만들어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버는 실적에 광분한 나머지 조직폭력을 소탕하기보단 은행 강도나 차량절도범들을 잡아넣어 실적 건수를 올리는 방법을 선호했다. 후버는 정적들의 사생활을 캐 지저분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이용해 협박하고 회유하는 저질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버에 대한 책 ‘J. 에드가 후버’를 쓴 커트 젠트리는 “후버빌딩에 관한 한 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며 “후버 이름을 그대로 남겨 두어 두고두고 그 ‘괴물’을 기억하는 게 나을 듯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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