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내 ‘법률자문국’반격에
NSA 마구잡이 도청 제동
체니 수석보좌관 에딩턴 앞장
9.11테러후 대통령 권한 강화
잭 골드스미스와 대립의 각을 세운 데이빗 애딩턴은 정의롭고 절제할 줄 아는 공복이었다. 애딩턴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는 명예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애딩턴과 딕 체니 부통령의 인연은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니가 연방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던 시절, 애딩턴은 그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시간이 흘러 체니는 부통령이 됐으며 애딩턴도 덩달아 세력의 중심권 내로 진입하게 됐다.
애딩턴은 그의 보스와 마찬가지로 워터케이트 스캔들 등의 여파로 행정부의 힘이 미약해졌다고 여기고 있었다. 9.11 테러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믿음에 정당성을 가져다준 일대 사건이었다.
애딩턴과 그와 유사한 정신을 가진 법조인들은 전시에 대통령의 권한은 외부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보수주의자이며 동료인 백악관 법률 보좌관 티모시 플래니갠과 보조를 맞추며 걸림돌이 되는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법을 무시하거나 왜곡하지 않았다고 믿었던 그가 대통령과 부통령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은 것은 불문가지.
국제법에 경험이 부족했던 당시 법률 보좌관 앨버토 곤잘레스(현 법무부 장관)는 이들의 조종을 받았다. 국가안보국의 수석 변호사 존 벨링거 같은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다.
하지만 OLC는 이들의 일을 훼방 놓을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가진 존재였고, 네오콘 세력에 의해 OLC 국장으로 임명된 골드스미스는 보수주의자이기에 앞서 원칙주의자였다.
골드스미스가 원칙을 앞세워 네오콘과 거리를 두는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하자 애딩턴은 그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애딩턴과 그의 동료들이 밀실에서 작성한 국내 도청 프로그램은 극소수의 의회 지도자들에게만 브리핑됐으나 이 프로그램은 45일마다 법무부 장관의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었다. 문제는 법무부 장관에게 행정부의 프로그램에 대한 합법성 여부를 조언하는 책임자가 바로 골드스미스라는 점이었다.
2004년 3월 당시 법무부장관 존 애시크로프트가 췌장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제임스 코미가 장관 대행을 맡게 되면서 애딩턴의 고민은 커갔다. 골드스미스는 코미와 함께 프로그램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제기했으며 백악관은 이들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재승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
백악관은 분노로 들끓었으며 곤잘레스 등 백악관의 고위직 인사들은 애시크로프트 장관의 병실을 찾아가 코미의 결정에 항의했으나 코미가 장관의 옆을 지키고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측 사이에 타협이 이루어졌다. 즉 NSA는 국내 비밀도청 승인을 위해 해외정보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도 되지만, 법무부는 NSA에 대폭 강화된 국내 도청 허용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이는 골드스미스를 비롯한 OLC 변호사들의 명백한 승리였다.
데이빗 애딩턴.
존 애시크로프트.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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