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연령에 이르면서 업계에서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젊은 층에 초점을 맞추던 업체들도 이들의 소비 파워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5년 11월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에서 50세 이상 여성들이 참가하는 제 1회 골든 아메리카 미인대회가 열렸다. 1등을 한 55세의 조이스 오브라이언. 이처럼 베이비부머의 활약은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에게 눈높이를 맞춰라.” 소매업체들의 사활 건 특명이다. 베이비부머들이 60세를 맞으면서 대거 은퇴하고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발맞춰 제품의 특성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이 사용하기 편리해야 하고 이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매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전략을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50세 이상 소비파워 전체의 절반, 1조7천억달러
55-64세 3명중 1명 온라인 구매 “구식 아니다”
이들에 호감 주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경쟁
앞으로 빨래 넣는 세탁기, 미끄러지지 않는 망치
젊은층 주 고객 의류업체도 ‘부머’전용 매장 설치
굿그립스는 못뽑이 망치를 사용할 때 손이 미끄러져 부상을 입지 않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섬유유리 재질을 썼고 손잡이에 특수 처리를 했다. 굿그립스는 집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장비, 기구 22종을 선보였다. 월풀은 나이 든 베이비부머가 허리를 삐끗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탁기 전면에 빨래를 넣을 수 있도록 새로운 사양을 출시했다.
한 회사는 깡통따개도 손마디가 쑤시는 소비자를 고려해 사용을 한결 편리하게 만들었다. 나이는 많지만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길 거부하는 베이비부머의 생활에 편리함을 주기 위해 업체들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어찌 보면 생존경쟁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50세 이상이 미국의 소비 규모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소비파워는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상당수 업체는 젊은 층 고객을 겨냥한 브랜드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기야 사실은 베이비부머들이 젊은 층 고객잡기의 첫 대상이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베이비부머가 젊었을 때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각광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들이 노인이 돼가면서 노인층을 잡아야 하는 절대 절명의 업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베이비부머에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들을 시니어로 공식 취급하면서 마켓팅을 하다간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방법은 이들 베이비부머들을 시니어로 다루지 않고 이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설정해 이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지금도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들이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업체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업체들도 정신을 차리고 있다. 운동복 전문업체인 필라는 최근 30-50대 손님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 필라는 기발한 광고를 만들었다. 한 사람이 스키를 타고 산 위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이를 알 수 없게 했다. 나이에 관계없이 스키를 즐길 수 있고 필라의 운동복을 사 입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의류점 갭도 가만있을 수 없다. 최근 뉴욕과 시카고에 35세 이상을 위한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은 조명을 은은하게 했고 요란하지 않은 제품을 진열했다. 고상한 멋을 즐기고 성숙한 커리어우먼의 풍취를 살릴 수 있는 제품을 진열해 놓았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건축업계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배우자가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코를 고는 경우에 대비해 매스터 베드룸을 2개 만든 집을 선보인 경우도 있다.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되는 손잡이도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모양을 둔탁하지 않도록 폼을 냈다.
기술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다. 55-64세 3명 중 1명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며 이들이 1인당 평균 첨단기기를 약 6개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에 착안해 베이비부머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AOL과 워너브라더스가 온라인 TV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웰컴 백, 커터’ ‘원더 우먼’ 등 베이비부머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극을 재편성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칩메이커인 인텔은 베이비부머들의 건강과 관련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걸을 때 건강을 생각하게 하는 기기, 또는 집에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마이크로 칩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이처럼 베이비부머는 의류에서부터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제품에 영향을 준다.
업계로서는 변신은 무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늙어가는 베이비부머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고 이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안이하게 있다간 경쟁에서 도태되고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50을 훌쩍 넘어 60이 됐다. 그러나 마음은 젊다. 앞으로 35-40년은 더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살 세대다. 이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그래서 업체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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