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하와이에 지진이 발생해 학교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파괴됐으며 상가들이 아수라장이 됐다. 일요일에 일어난 지진에 주민들이 겁에 질려 깼고 정전사태가 빚어졌다. 이 지진은 5,000마일이나 떨어진 브롱스의 기계도 흔들었다. 포담대학의 지하실에 마련된 관측소에 있는 작은 강철 실린더가 이 지진을 감지한 것이다.
1910년 브롱스 포담대학 지하에 지진계 설치
1924년 윌리엄 스페인 지진관측소로 명명 개축
1964년 중국 첫 핵실험 감지… 큰 지진 모두 기록
지난 10월 하와이 지진발생 후 11분 18초 만에 파악
지진기록 컴퓨터에 자동 입력, 물리학과 웹사이트에 공개
예수회 소속인 포담대 지하실의 지진관측소는 거의 100년 가까이 이렇게 땅 속의 움직임을 기록해왔다. 1910년 신부인 에드워드 티브낸 화학교수가 총무과건물 지하실에 지진계를 설치한 이래 이 곳은 뉴욕 시에서 가장 오래된 지진관측소가 됐다.
언뜻 보기엔 지진관측소에 걸맞지 않게 보인다. 130만명이 오가는 복잡한 곳에서 지하 28피트에 자리 잡은 관측소가 과연 제대로 지진을 측량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윌리엄 스페인 지진관측소는 1964년 중국이 처음으로 핵무기 실험을 한 것을 잡아냈다. 그리고 뉴욕 그랜드 센추럴로 진입하는 기차들의 움직임도 낱낱이 기록한다.
티브낸 신부 시절에는 지진을 위처트 지진계에 기록됐다. 등유로 그을린 종이를 사용했다. 시계추와 같은 기기를 만들어 손잡이를 연결했다. 약 180파운드 정도의 무게였다. 이 기기가 땅 속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한 반응을 보이며 종이에 옮겨놓았다.
위처트 지진계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지진계로 대체됐다. 최신형은 CMG-3TD다. 거대한 커피보온병만한 것으로 지랠프 시스템스가 제작한 것이다. 컴퓨터로 처리되는 지진계이다. 윌리엄 스페인 지진관측소는 1924년 오픈했다.
초기 티브낸 신부가 마련한 지진관측소는 사실 관측소라고 부르기 뭐했다. 윌리엄 스페인 지진관측소가 들어서면서 그런대로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포담 대학 물리학과가 들어서 있는 프리먼 홀 바로 옆 넓은 잔디가 바로 관측소이다. 지진관측소라기보다 캠퍼스 교회처럼 생겼다.
예전엔 기계가 민감해 잔디를 기계로 깎지 않고 말을 이용해 깎았다. 그렇다고 걸을 때도 사뿐사뿐 할 필요는 없다. 프리먼 홀의 큰 나무 문은 교황 비오 11세가 지진방지를 위해 특별히 선물한 것이다.
지진관측소에 들어가면 지하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다. 지하의 습기를 제거하기 위한 건조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 소리는 없다. 그리고 약간 어둠침침하다. 콘크리트 블럭 위에 지진계 CMG-3TD가 놓여 있다.
실린더는 키가 1피트 정도이다. 손잡이에는 절대 만지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적혀 있다. 누구도 실린더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기기는 지상에서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사태가 벌어져도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저 지진의 움직임만을 기록할 뿐이다.
지진계를 관장하는 물리학 교수 벤자민 크루커는 “기기 내부는 아직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이처럼 아름답게 조작된 기기는 보기 드물다”고 했다.
이 관측소는 이 학교 물리학과 학생이던 윌리엄 스페인이 사망하면서 그의 부친이 학교에 관측소를 짓도록 기부금을 내면서 명명됐다.
지진관측소 전체를 총괄하는 신부 조세프 린치는 “지진은 뱀과 같다. 사람을 요리조리 피해간다”고 했다. 1960년에는 한 해 동안 약 250건의 큰 지진기록이 남아 있다. 린치 신부는 지난 60여년간 이 관측소를 지켜 온 산증인이다. 학생, 시정부관리, 기자들도 린치 신부에게서 지진 관련 정보를 구한다.
린치가 옛날 사용하던 지진계는 이젠 전시물이 됐다. 지진연구가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학생이나 연구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린치 신부가 관리하던 관측소는 1987년 그가 9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면서 문을 닫았다가 1994년 물리학과장이 된 그의 제자 빅터 에일로 박사에 의해 재 오픈됐다.
포담 대학의 현재 지진계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큰 지진은 다 잡아낸다. 지난번 하와이 지진이 이곳 뉴욕 지진관측소 지진계에 전달되는 돼 걸린 시간은 11분 18초였다. 지진계가 감지한 지진파는 센서를 통해 프리먼 홀에 마련된 컴퓨터에 수록된다. 그리고 이내 이 기록은 인터넷에 올라간다. 물리학과 웹사이트는 지진계의 기록을 하루 24시간 체크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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