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아주 나쁜 트랜스 지방(trans fat)이 적게 함유된 기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트랜스 지방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는 특수 콩 재배에 농부들의 동참이 긴요하다.
건강 기름‘특수 콩’뜬다
뉴욕시가 식당에서의 트랜스 지방(trans fat) 사용 규제를 발표한 것을 필두로 해 트랜스 지방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스타벅스도 일부 대도시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를 보고 시행 지역을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이제 몸에 나쁜 트랜스 지방 몰아내기 캠페인에 불이 붙고 있다. 아이오와 주의 데니슨에 있는 식품 가공업체 몬샌토는 최근 회사 대표단을 농가에 급파했다. 농부들을 만나 설득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트랜스 지방 함유 기름 대신 트랜스 지방 없는 기름을 생산할 수 있도록 특수 콩을 재배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위스콘신주의 한 콩 재배농장에서 농부가 콩을 수확하고 있다>
뉴욕지역 식당·스타벅스·타코벨 등 이미 대체 시작
수요 급증 불구 올해 경작지 75만에이커, 절반 못 채워
인센티브 제공 농민설득… 전국 500만에이커에 재배 가능
다양한 특수 콩 씨앗 개발에 업계 연구·공장 증설 박차
몬샌토는 지역 농가에서 공급받는 콩을 가공하는 회사이다. 이들 대표단은 농민들에게 특수 콩 씨앗을 배급했다. 35리터의 콩 한 부대마다 인센티브로 35센트를 주었다. 이 특수 콩에는 일반 콩보다 트랜스 지방이 훨씬 적게 함유돼 있다.
일부 농민들은 이를 반겼지만 다른 농민들은 그렇지 않았다. 콩을 심으면 손이 더 많이 가고, 지금 한창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옥수수 재배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대체에너지의 하나인 에탄올 붐을 타고 농가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제치고 콩을 심어야 한다는 게 내키지 않는 것이다.
미네소타주 스틴에 사는 농부 프레드 틸스트라(69)는 “농부들이 특수 콩 재배에 시큰둥한 이유는 특별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에 대한 염려 때문에 트랜스 지방이 적게 함유된 기름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는 형국이다. 식품가공업체들이 인공 트랜스 지방의 원료인 수소 처리 식물성 기름을 대체할 만한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트랜스 지방을 줄이기 위한 특수 콩 재배에 대한 농부들의 미지근한 태도는 하나의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는 몬샌토와 같은 식품가공업체들이 다양한 종류의 특수 콩 씨앗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뉴욕시가 식당에서의 트랜스 지방 사용금지조치를 발표하고,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다른 주 및 시정부들이 유사한 조치를 검토함에 따라 폭증하게 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트랜스 지방은 식품을 오래 저장하고 향기를 유지하기 위해 수소처리하면서 생긴다. 식품가공 및 처리과정에서 필요하긴 하다. 당초 버터 등에 함유된 포화지방(saturated fat)을 수소 처리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면서 사람들은 건강에 유익할 것이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포화지방보다 트랜스 지방이 몸에 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랜스 지방이 없는 기름을 만드는 콩 씨앗은 이미 10여년 전에 개발됐었다. 그러나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자 이를 개발한 ‘파이어니어 하이-브레드 인터내셔널’은 연구를 중단했다. 수지가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연구기반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씨앗 개발회사들과 기름제조사들은 몸이 달았다. 농부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주면서 구애공세를 펴고 있다. 특수 콩 씨앗 35리터의 양이 든 한 부대에 21센트에서 80센트까지 장려금을 지불한다. 몬샌토는 중서부 지역에 콩 가공처리 공장을 14개 짓기로 했다. 그리고 농부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몬샌토 측도 인정하다시피 농부들의 인식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올해 전국의 농부들이 특수 콩을 재배할 농토는 약 73만에이커. 여기에서 생산될 콩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3분의 1 또는 절반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로 트랜스 지방이 함유된 수소처리 식물성 기름을 대체하면서 특수 콩 재배 면적이 자연스럽게 약 500만에이커로 늘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물론 트랜스 지방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대체수단으로 특수 콩만 있는 게 아니다. 수소처리 식물성 기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는 야자수 기름, 캐놀라 기름, 해바라기 기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를 활용해 기름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있다. 찾는 이도 많아 값이 계속 오름세다. 그래도 인기는 꾸준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야자수 기름에는 포화지방이 다량 함유돼 있다. 그러므로 야자수 기름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른 문제를 낳는다는 게 건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바라기 기름, 캐놀라 기름이나 옥수수기름은 이런 문제가 없다. 타코벨은 얼마 전부터 트랜스 지방이 없는 캐놀라 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은 콩 기름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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