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병사가 19일 바그다드의 시아파 빈민굴 사드르 시티에서 순찰하는 동안 옆에 이라크 소년이 쭈그려 앉아 있다. 미군은 협상아래 저항 없이 시아파 무장세력의 본거지에 진입, 지난 4일 이후 순찰을 벌여왔다.
이라크 전쟁이 개전한 지 4주년이 되는 날이다. 2003년 3월20일 새벽 바그다드의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폭탄이 투하되면서 개시된 ‘이라크 자유 작전’은 당시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작전 완수(mission accomplished)’ 등의 표현으로 정리되는 듯 싶더니 어느덧 5년째 접어들면서 이제는 ‘진구렁(quagmire)’, ‘내전’, ‘제2의 베트남’으로 불리고 있다. 개전 4주년을 맞는 이라크 전쟁의 현주소를 정리해본다.
내전 수렁…‘출구’가 안보인다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한지 3주만에 미군은 바그다드에 입성, 전쟁이 속전속결로 종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의 동상을 끌어내리는 장면이 전세계에 방영된지 4년이 지난 현재 이라크는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도데체 어디서 빗나간 것일까?
군사분석가 릭 프랭코나 중령은 19일 MSNBC에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실패한 이유로 두가지를 제시했다. 미국이 이라크의 주요 치안기관인 이라크군을 해산시킨 동시에 대의정치를 도입하려고 고집했기 때문으로 미군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기에는 병력이 충분했으나 이라크 점령을 위해서는 태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치안유지 이라크군 해산 대의 정치 고집이 패착
시아·수니파 종파 전쟁 이란 개입으로 더 골치
따라서 실업자로 전락한 경력군인들을 비롯해 지난 수십년간 정권을 쥐고 있던 수니파가 저항세력으로 자리잡는 동안 알카에다는 시리아를 통해 이라크로 침투, 알-자르카위가 2006년 2월 사마라에서 시아파 성지 골든 모스크를 파괴하면서 내전을 불붙이는데 성공했다. 시아파는 이전까지 수니파의 도발에 상당한 자제력을 보였으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노리던 이란에서 시아파의 무장세력, 특히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마흐디 민병대에 무기와 자금, 훈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무장세력은 바그다드에서 잔혹한 ‘종파 정화’를 감행하고 수니파 뿐 아니라 미군을 공격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프랭코나 중령은 부시 행정부가 약 2만명의 미군을 증파, 내전 사태가 가장 심각한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폭력사태가 줄어들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폭력이 줄어든 것은 시아파 무장세력이 몸을 숙이기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으로 그는 미군이 철군하는 즉시 본격적인 내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제 이라크 전쟁은 더구나 내전 이상의 상황으로 돌입했다. 분석가들은 이라크전을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승자는 중동 지역에서 주요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수니파인 주변 중동 국가들은 시아파 이란을 견제하려 할 것이고 석유 때문에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중동의 안정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이라크 전쟁은 부실한 계획과 전략적 실수 때문에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전쟁이 되어 버렸다.
“미군 귀환할 때 아니다”
부시 개전 4주년 연설
이라크전 비관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9일 이라크전 개전 4주년을 맞아 미국민들에게 인내를 호소하고 “지금은 미군이 귀환할 때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서 성공은 실현 가능하지만 성공의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미군이 너무 일찍 철군하면 “폭력의 전염병이 지역을 삼켜버릴 수 있다”며 그동안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바그다드와 안바르주 지역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2만1,500명의 추가파병 효과가 드러나려면 며칠이나 몇주가 아닌 몇 달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치안계획이 진행됨에 따라 좋은 날과 나쁜 날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 사망자 수 3,210명
이라크 개전 이후 미군 사망자수가 19일 현재 3,2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이중 95%인 3,064명은 침공 작전이 완료된 2003년 5월 이후에 사망했으며 전체 부상자 1만685명 가운데 96%가 역시 2003년 5월 이후 부상을 당했다. 전체 사망자가운데 교전이나 적대행위로 숨진 전사자수는 2,592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 308명이 숨지고 67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라크인 60% “생활 어려워졌다”
다국적 여론 조사
종파간 인식 편차 커
이라크인들 10명 중 6명꼴로 생활여건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아파와 수니파간 인식 편차가 큰 것으로 다국적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일간지인 USA투데이와 ABC방송, 영국의 BBC, 독일의 ADB방송이 최근 이라크인 2,212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39%만이 ‘전체적으로 생활여건이 좋다’고 답변했다고 USA투데이가 19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5년 11월 조사했을 때 전체 이라크인의 71%가 ‘생활여건이 좋다’라고 답변했던 것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한편 그룹별로 보면 쿠르드족은 68%가 시아파의 53%가 ‘좋다’고 답변한 반면 소수파인 수니파는 단지 7%만이 ‘좋다’고 답변했다.
특히 미군이나 다른 외국군대를 피한다는 답변은 시아파 81%, 수니파 95%로 모두 높았다.
치안상태에 대해 바그다드의 경우 단지 응답자의 20%만‘좋다’고 응답했으며 범죄로부터 보호되고 있다는 답변은 9%에 불과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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