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오면~”
민족해방을 노래한 시‘그날이 오면’과 한국 계몽운동 소설의 대표작이라 불리는‘상록수’의 작가 심훈(沈熏: 1901-36) 기념관이 지난 1일 워싱턴에서 문을 열었다.
육필원고, 사진 등 작가가 남긴 흔적으로 가득 채워진 기념관은 심훈의 3남인 심재호씨(71)의 버지니아 센터빌 자택에 꾸며졌다.
미국에서 한국의 유명 작가 기념관이 개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소장 원고 모두가 친필이란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현재 충남 당진에 소재한 기념관인 필경사(筆耕舍)에도 작가의 원고가 전시돼 있으나 이는 모두 복사본.
기념관에는 심훈이 문명을 떨치게 한‘그날이 오면’과 ‘상록수’의 친필 원고는 물론 가족사진, ‘상록수’의 실제 모델인 박동혁의 사진 등 수천 점의 한국 근대기의 귀중한 문학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또 작가의 도장, 저서, 지인들과 찍은 사진, 정부로부터 받은 독립 훈장, 2005년 경기고로부터 받은 명예 졸업장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들 자료들은 심훈 사후 유실됐던 것을 재호씨가 장성해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수집해놓은 것.
심씨는 “집안 다락방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지인들이 가져가고 분실돼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것을 십년 이상 수습했다”고 밝혔다.
재호 씨가 수집한 친필 원고들은 1966년 탐구당에서 3권짜리 첫 전집으로 출간되며 사후 30년 만에 심훈을 되살렸다.
일제시대 활동한 작가들의 원고 대부분이 유실된 가운데 심훈의 육필들이 제대로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특별한 습관 때문.
심씨는 “당시는 복사기도 없던 시절이라 아버님은 신문과 잡지에 원고를 보낼 때는 꼭 한 벌 따로 써 보관해두셨다”고 전했다.
<이종국 기자.2면으로 계속>
기념관의 소장 자료 중에는 특별히 역사적, 문학사적 의미가 있는 것도 있다.
1930년 씌어진 ‘그날이 오면’원고에는 당시 총독부가 사전 검열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1936년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사실을 알리는 호외 뒷면에 심훈이 감격해 쓴 ‘오오 조선의 남아여!’라는 즉흥시 원본도 벽면을 장식한다.
작가의 기념관이 한국에 있지 않고 태평양 너머 워싱턴에 들어선 것은 재호씨가 1974년 도미하면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심훈이 만년을 보내며 ‘상록수’를 집필한 충남 당진에 독지가의 도움으로 세우려 했으나 기념관 건립이 진척이 없자 도미하면서 모두 가져온 것.
그 후 정부가 건립한‘필경사’에도 공식 관리인이 없어 유실 우려 때문에 맡길 수 없었다 한다.
현재 심훈의 귀중한 사진과 원고는 영구보존을 위해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재호 씨의 3녀1남 자녀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된 상설 보관, 전시장이 생기면 기념관 자료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다.
재호 씨는 “아버님의 유품은 내 재산이 아니라 근대 우리 민족의 자산”이라며 “다만 보관책임과 권리만 유족들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심재호씨는 뉴욕에서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내고 ‘일간 뉴욕’을 발행하다 96년 두 딸이 있는 버지니아 주로 이주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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