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을 한의학적으로 다시 살펴보면 폐는 표피를 주관하는 장부로, 피부의 윤택함은 물론 면역기능도 일부 담당하는데 폐경락에 열사 또는 조사가 침입하여 폐기가 상하면 여드름이 발생합니다. 이때에는 염증성의 붉은 여드름이 생기며 혀의 끝 부분이 붉습니다.
특히 이마나 미간 쪽으로 여드름이 많이 돋게 되는데 바로 이 부위가 폐와 상응하는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위열과 혈열 등에 의해서도 여드름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혀가 전체적으로 붉고, 변비증상이 동반되거나 화농성 여드름과 얼굴이 전체적으로 빨개지는 등 열의 특성을 띠는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위열증은 부적절한 음식의 섭취로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내에 발생한 습열이 여드름을 발생시키는데, 기름지고 탁한 음식이나 맵고 자극성 있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노폐물인 담음이 생기고, 담음이 쌓인 채로 시간이 흐르면 열을 발생시키고 이것이 얼굴에 분포하는 위장경락을 따라 상부로 올라가게 되어 여드름이 발생하며, 또한 이미 발생한 것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덥고 후덥지근한 환경에서는 음식이 쉽게 썩고, 악취가 풍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에 습열이 생기면, 고약한 입 냄새가 날 수 있고, 안색이 탁해지는 증상이 소화불량과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흔히 위장이 안 좋으면 여드름이 많이 난다고 하는 속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화기 치료와 식생활 개선을 함께 하지 않으면 어떠한 치료를 해도 여드름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만한 사람의 경우에는 담음이 쌓여 있지만 열로 변하지 않은 경우인데, 이는 비장의 기능과 관계가 있습니다. 체내 수분을 활용 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시켜 전신에 공급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비장입니다. 하지만 비위의 기능이 약하면, 음식물로부터 흡수한 영양물질이 정체되어 습담이 되고, 기혈이 소통되지 않으므로 노폐물이 정체되어 여드름을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울퉁불퉁하게 농이 많은 여드름이나 결절성, 낭종성 여드름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볼 아래쪽으로 주로 발생합니다. 손발이 차거나 몸이 부은 것처럼 살이 찌고, 혀 주변이 치아에 눌린 자국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턱 주변에 유난히 많은 여드름은 성인 여드름의 특징이기도 한데, 특히 여성에게서는 자궁과 관련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리전증후군으로 여드름이 나타나거나, 생리불순 등의 문제와 함께 여드름이 악화되는 등의 증상이 그것인데, 따라서 여성의 경우 월경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생리의 문제와 연관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하복부의 혈액순환이 불량하여 늘 하복부가 차고 동시에 손발도 찬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자궁과 난소 등의 내부 생식기 기능이 떨어지면 몸 안에서 혈액의 노폐물인 어혈이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호르몬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므로 혈액과 림프에 독소가 쌓여 여드름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턱 라인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쉬운데, 이것은 생식기가 신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장과 대응하는 턱 라인에 주로 발생합니다. 또한 생리 전에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경향이 있으며, 안색이 탁하고 여드름은 검붉고 크게 나타납니다. 다음 주에는 스트레스와 여드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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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