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10년(The Dangerous Decade)’- 2020년대를 두고 미국 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가 한 말이다.
코비드 팬데믹. 우크라이나전쟁.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공격. 뒤이은 이스라엘-이란 전쟁, 인도-파키스탄전쟁, 태국-캄보디아 군사충돌. 그리고 쿠데타에,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 사헬지역…. 2020년대 들어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복합위기로 2027년은 그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많은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2027년은 중국공산당의 인민해방군(PLA) 창군 100주년이 되는 해다. 동시에 시진핑이 PLA에게 대만 공격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줄곧 던져져온 질문은 ‘중국의 대만침공의 D데는 언제인가’하는 것이었다. MIT의 중국 전문가 테일러 프래블도 ‘중국군은 전쟁 준비가 되어 있는가’란 제목의 최근 포린 어페어스지 기고를 통해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을 찾기에 앞서 그가 먼저 주목한 사실은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회의 이후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을 포함한 인민해방군 전군의 최고위급 장성 20여명이 줄줄이 실종되거나 직위해제 된 사실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의 6명의 장성 중 3명의 잇단 낙마 사태다. 2023년 10월 리상푸 국방장관이, 2024년 11월에는 먀오화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이 직위를 박탈당했다. 올 3월 이후에는 허웨이둥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모습이 사라졌다
‘중국판 하나회’라고 할까, 이들은 이른바 시자쥔(習家軍) 멤버들로 특히 허웨이둥과 먀오화는 대만침공의 주역을 맡게 되는 ‘동부전구’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중국군은 지역별로 ‘5대 전구’를 두고 있고 동부 전구는 대만을 담당한다. 시진핑은 7대 군구를 5대 전구로 통폐합하면서 중국군 숫자를 대폭 줄였지만 동부 전구는 손대지 않았다. 대만침공 등 중국 대외 팽창의 핵심 전력이기 때문이다.
반 시진핑 계열은 말할 것도 없다. 시자쥔 출신 장성들을 향해서도 날라드는 사정의 칼날. 이 숙청의 혼란 가운데 중국군은 대만침공태세를 예정대로 2027년까지 완료할 수 있을지 프래블은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중공군의 대만침공은 없다는 단언은 하지 않고 있다. 전쟁을 일으킬 상황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행한 것이 중국의 이웃 국가 침공의 역사다.
오랜 국공내전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전에 개입했다. 대약진운동 실패로 4000여만의 아사자를 냈다. 그래도 인도 침공에 나섰다. 마오쩌둥 사망 직후여서 당내 파벌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베트남을 공격했다.
국내사정보다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다. 그게 중국공산당이다. 그러므로 대만침공 가능성을 아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거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진 것은 아닐까’- 다른 일각에서 보이고 있는 시각이다.
심상치 않은 중국군부의 동요, 특히 시자쥔 출신 고위 장성들의 잇단 낙마. 이를 중국정계 격변의 주요 증상으로 진단하면서 시진핑 퇴진까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레고리 슬레이튼 전 버뮤다 주재 미국 대사의 뉴욕포스트지 기고가 바로 그런 입장이다. 그는 잇단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곤경에 몰린 시진핑은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당 원로들의 압력에 따라 8월 중국공산당 중앙위 4차 전체회의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이는 어쩌면 트럼프가 중국과의 냉전을 승리로 이끌 긍정적 변화를 가져 올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쳤다.
더 컨버세이션지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군 서열 3위와 5위의 시자쥔 출신의 허웨이둥과 먀오화의 축출을 시진핑의 정치적 입지 약화로 진단했다. 특히 지난 6월 30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정책결정 의사협조기구’를 설립한 사실에 주목, 이를 시진핑의 권력독단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했다. 시진핑 퇴진을 시간문제로 본 것이다.
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책결정 의사협조기구’설립은 시진핑 권한 강화를 의미한다는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 그 한 예다.
요약하면 이렇다.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준다. 이게 중국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보장해왔다. 부동산시장이 무너졌다. 이후 중국경제는 나락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디플레에, 부채만 증가하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 시진핑 체제는 그러나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치의 정당성이 속속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할까.
이 정황에서 친 트럼프성향의 싱크 탱크 허드슨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오도된 정책에 따른 경제침체, 인구감소, 노동력 부족 등 국내문제와 미국 등 서방과의 통상관계 긴장, 일대일로 등 해외정책 실패로 시진핑 체제가 코너에 몰린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수차례 중화인민공화국(PRC)은 위기를 넘겨왔지만 갑작스러운 붕괴도 가능한 것으로 내다보면서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 군사적 사안은 물론, 중국 분열에 따른 구체적 대안 제시와 함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고 천시(天時)는 거슬릴 수 없다고 했나. 2020년대는 정녕 시진핑 체제에게 ‘위험한 10년’이 되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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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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