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수녀’마리아의 손자가 가족사업 운영맡아
버몬트주 ‘트랩 패밀리 라지’여전히 인기 관광코스
영화의 엄청난 수익, 가족들은 한 푼도 못 받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노래하는 수녀 마리아의 손자인 샘 폰 트랩이 대학을 졸업했을 때 아버지는 그에게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다 : 앞으로 10년 동안은 네가 원하는 데로 살아도 좋다, 그러나 그 후엔 반드시 돌아와 가족의 스키산장을 맡아 운영해야 한다.
아버지가 돌아오라고 채근을 시작한 것은 6년이 지나면서부터였다.
샘이 아버지 요하네스로부터 운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마침내 돌아온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 그가 만끽한 10년은 다채로웠다 : 아스펜에서 스키강사도 했고 랄프 로랑의 패션모델도 했으며, 칠레에서 서핑도 즐겼고 2001년엔 피플 매거진의 ‘최고의 독신남성 50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유명한’ 할머니가 시작한 가족 산장 ‘트랩 패밀리 라지(Trapp Family Lodge)’의 어두운 사무실에 앉게 된 그는 낡은 커튼을 어떻게 할까를 고심하고 있다.
요즘 같은 명절시즌엔 보통사람들도 가족의 역사와 가족으로서의 의무에서 벗어나기 힘든 법이다. 하물며 모든 미국인들이 마치 자신들 유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아름다운 가족 ‘폰 트랩’의 실제 인물인 경우엔 그 부담이 훨씬 무거워진다.
커튼을 고르는 간단한 일상에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1965년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줄리 앤드류스가 맡은 가정교사 마리아는 낡은 커튼으로 7명 폰 트랩 자녀들에게 놀이옷을 만들어 입힌다. 실제의 마리아도 그랬다. ‘만약 폰 트랩 커튼을 이베이에서 팔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36세의 샘 폰 트랩은 부담에도 불구, 마치 틴에이저 같은 에너지와 열정에 넘쳐 보인다.
영화 속의 가족은 아름다운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실제의 폰 트랩 가족에게도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불화와 역경은 있었다.
게오르기 루비비그 폰 트랩 남작 가족은 1938년 나치 침공을 피해 오스트리아를 떠나 미국에 도착한 뒤 펜실베니아에 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돈을 벌어 1942년 버몬트주 스토우에 있는 이 산장을 샀다. 어머니 마리아는 가족들이 순회공연에 나설 때는 방들을 세놓기도 했다.
10번째 자녀로 막내인 요하네스는 비교적 남의 시선을 받지 않은 채 조용하고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러나 1959년에 로저스 앤드 해머슈타인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 브로드웨이에 올려지고 1965년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좋건 나쁘건 간에 영화는 우리 가족을 대중상품으로 만들어 버렸지요”라고 69세의 요하네스 는 말한다.
폰 트랩 가족은 영화나 뮤지컬에서 나온 어떤 직접 수익도 얻지 못했다. 1947년 남작이 사망한 후 마리아가 1950년대 중반 가족 스토리에 대한 권리를 독일 영화사에 단돈 9,000달러에 팔았기 때문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대단하지만 그건 우리가족에 대한 미국식 해석”일 뿐이라고 요하네스는 말한다. “그건 실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난 ‘사운드 오브 뮤직’ 인물이라는 데 정말 지쳤습니다”
영화에 연관된 가족 유산은 특히 그에겐 성가신 일이었다. 사람들이 큰 딸 리즐에 관해 물으면 요하네스는 그가 영화와는 달리 실제로는 남자였으며 나이도 ‘17세가 되어가는 16세’가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진 1965년엔 54세라는 것을 매번 설명해 주어야 했다. 또 사람들이 그가 커트인지 프레드릭인지를 물을 때마다 그는 영화에는 안 나왔지만 마리아가 백작과 결혼한 뒤 세 자녀를 낳았으며 자신은 그중 막내라고 알려주어야 했다. 어머니 마리아도 영화에선 거의 성인에 가깝게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까다롭고 독재적인 사람이라고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마리아가 생존했을 때까지는 그럭저럭 자녀들도 어울려 지냈다.
그러나 1987년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산장의 주식을 소유한 32명의 가족 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요하네스는 지분 매입과 친척간 법정 소송 해결 등을 통해 산장을 이어받아 운영하게 되었다. 사실 다트머스대학을 졸업하고 예일에서 임학 석사학위를 받은 요하네스는 자연자원에 관학 학문연구에 종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잠시 산장의 재정 정리를 도와주다 결국 운영을 맡게 되었다.
산장을 운영해야만 한다면 조용하고 품위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옛 유럽 귀족들 식으로 손님을 맞는 금요일 밤의 와인 테이스팅은 그가 선호하는 행사다. 그러나 스키 시즌이 아닐 때는 ‘사운드 오브 뮤직’ 관광버스가 소란스런 관광객을 가득 싣고 들이 닥친다. 그가 워낙 싫어하니까 점원들은 영화와 관련된 상품은 숨겨놓고 팔기도 한다. 마리아가 영화 속에서 인형극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불렀던 ‘외로운 염소지기(The Lonely Goatherd)’ 노래하는 인형도, 그는 파는지 조차 몇 달 동안 몰랐다. 물론 날개 돋친 듯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다.
2,400에이커의 산장은 잘 되는 편이다. 산장의 노래하는 웨이트리스였던 아내 린, 샘과 딸 크리스티나 등 그들 가족이 안락하게 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폰 트랩 산장의 운영은 이제 3대째로 넘어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백작의 아들이 아닌, 버몬트에서 태어난 미국인 샘에겐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한 부담이 아버지보다는 훨씬 가볍다. 오히려 TV방송국의 ‘사운드 오브 뮤직’ 스페셜에 맞춰 싱얼롱 행사에 동참하는 등 산장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영화 때문인 것을 인정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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