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S 소속 4명 중 1명이 연봉 5만달러 이하
▶ 좋아해서 하는 일이지만 가족들에게 늘 미안... 최근 최저연봉 6만달러로 인상 그나마 위안
시애틀 사운더스의 자크 스캇(20번)이 FC 달라스의 차드 마샬(오른쪽)과 공중 볼을 다투고 있다.
■ 미 프로축구 비주전 선수들의 설움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소속 시애틀 사운더스의 2부 리그에서 뛰었던 자크 스캇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업을 가져야 했다. 대학시절 전공을 살려 회계회사에서 일했고,코치나 대체교사로도 나섰다. 그라운드보다는 장외에서 더 많은 땀을 흘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부 리그에서 힘겹게 버티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로 올라선 스캇은 이제까지 6개 시즌을 소화하며 57게임에 선발로 출전했다. 하지만 그는 고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팀의 간판선수가 아니다. 1부 리그에 합류한 이래 스캇이 받은 연봉 최고액은 5만2,500달러에 불과했다.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만 해도 리그 소속 선수들의 최저 연봉액이 3만6,50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낮은 편은 아닐지 몰라도 네 식구의 가계를 꾸려가기엔 빠듯한 액수다.
그래도 명색이 메이저리그 축구 1부 리그 선수인데 연소득은 동네축구를 즐기는 직장인들의 수입과 엇비슷하다. 물론 원하는 일을 하는데서 오는 개인적 즐거움과 성취감이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영 낯이 서지 않는다.
미국에서 축구는 아직도 비인기 스포츠 종목이다. 당연히 프로풋볼(NFL)이라든지 프로농구(NBA) 소속 선수들에 비해 MLS 선수들의 처우가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캇은 NBA나 NFL 선수들과 자신의 연봉을 맞비교하려 들지 않는다.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은 아예 ‘체급’부터가 다르다.
하지만 같은 MLS 선수들 사이의 현격한 연봉 격차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납득이 가지않는다. 납득이 안 되니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더 힘들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주전선수들 가운데 국가대표 선수인 클린트 뎀프시의 연봉은 670만달러에 달한다.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이지만 둘은 ‘신분’이 다르다.
스타플레이어인 클린트와 달리 스캇은 최저연봉 그룹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2주전 단체협약(CBA) 체결에 앞서 MLS 선수들을 파업 직전까지 몰고 갔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최저 연봉이었다.
미국 프로 축구선수들은 몇몇 스타플레이어를 제외하곤 집에서 ‘눈칫밥’을 먹는다. 가장의 1차 책임인 가족부양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축구가 좋아 축구화를 벗지 못한다면 식구들을 먹여 살릴 다른 방도를 찾아내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스캇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가 축구를 선택한 이후 13년간 두 자녀를 비롯한 네 식구의 생계를 꾸려온 사람은 아내였다. 그녀는 구조공학 관련 업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스캇의 축구인생은 일찌감치 막을 내렸을 터이다.
스캇은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프로 축구선수가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당연히 좌절감을 피할 수 없다.
선수들의 1차 목표는 일단 ‘생존’으로 모아진다. 오랫동안 팀에서 잘리지 않고 버텨야 단체협약을 통한 최저연봉 인상이나마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선수노조가 작성한 급료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9월 기준으로 MLS 선수는 총 572명이고 이들의 52%에 해당하는 297명이 1인당 평균 10만달러 이하, 절반가량이 5만달러 이하의 연봉을 받는다.
MLS 선수들은 노동계약을 새로 체결할 때마다 자유행동권(free agency)을 따내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가 최저연봉 인상이다.
다행히 2주 전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선수들은 최저연봉을 6만달러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일부 선수들의 최저연봉을 5만달러로 제한한다는 예외조항이 따라붙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바닥권 등록선수의 최저연봉이 3만6,500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인 셈이다.
지난해 그리고 올해 초 협상이 시작되기 전 선수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회의를 열고 최저연봉 인상방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늘 같았다. 최저연봉 인상을 얻어내려면 스타플레이어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사실 스타플레이어들에게 최저연봉 인상은 개인적으로 ‘해당사항’이 없는 이슈다.
그러나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면 팀 기여도가 낮은 바닥권 선수들의 연봉 인상 주장에 힘을 싣기 어렵다.
고액의 몸값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뎀프시처럼 미국 국가대표팀에 속해있거나 유럽에서 전성기를 보낸 ‘고참’들이 대부분이다.
2014년 가을 기준으로 MLS에서 연 1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탑클래스 플레이어는 총 15명. 이들 중에는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토론토와 650만달러에 계약한 마이클 브래들리와 올랜도시티로부터 연 720만달러를 보장받은 카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카카를 비롯한 축구계의 ‘별’들은 유럽리그에 비해 손색이 없는 대우를 약속받고 줄줄이 미국행을 택했다.
별로 아쉬울 게 없는 그라운드의 스타들이 이제 막 안면을 튼 무명의 동료선수들을 도와 단체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지는 미지수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탁월한 개인기를 지닌 스타 플레이어들은 팀 플레이에도 능했다. 이들은 임금 협상과정에서 선수들 사이의 연봉 격차 해소와 최저연봉 인상의 당위성을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해가며 그늘에 묻힌 동료들에게 멋진 어시스트를 해주었다.
미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로 뛰는 리얼 솔트레익 팀의 카일 베커맨은 2주 전 단체협약이 체결된 후 “최저연봉 인상이 우리의 목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아직도 선수간의 임금격차가 크지만, 상황이 개선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클린트 뎀프시는 “내가 직접 경험해 본 유럽의 빅 리그에서도 연봉 격차 해소가 큰 쟁점이었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시즌부터 6만달러의 최저연봉을 보장받게 된 스캇은 “이제까지 참고 인내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실 헌신적인 아내의 내조 덕에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 그 같은 축복을 누릴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내도 그의 거취에 대한 결정권을 완전히 넘겨준 것은 아니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스캇은 다음 시즌에 뛸 것인지 여부를 가족들과 의논한다. 구단이 재계약을 원하고, 가족이 지지를 해주어야 계속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
비록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스캇은 틀림없이 아내와 두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것은 아니다. 스캇은 축구와 가족의 행복은 얼마든지 양립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그는 축구화를 벗겠다고 선언했다. “그 시점에 도달하면 축구는 그저 축구일 뿐”이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이 수상쩍다. “내년 단체협약에서 최저 연봉은 또 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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