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미수로 체포된 ‘망상성 정신분열’ 아들... 부모 “감옥 아닌 정신병원 감금해야” 호소
▶ 애완견 죽이고 칼 휘둘러 부모 부상... 난맥상 제도, 강제입원 조치 못받아
빅베어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엄마 신시아와 아들 애런. 애런은 현재 부모 살인미수와 동물학대 혐의로 구속 중이다.
‘망상성 정신분열증’에 걸린 아들이 휘두른 칼에 거의 죽을 뻔 했던 ‘악몽’을 겪은 앤소니와 신시아 헤르난데즈 부부.
지난 9월 어느 날 아침, 남가주 치노의 주택가 이층집에서 일찍 잠이 깬 신시아 헤르난데즈는 이틀 전부터 안 보이는 애완견 ‘샌디’를 찾아 밖으로 나왔다. 10살짜리 코커 스패니얼은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념하고 들어 온 신시아는 출근 때 입을 옷을 다림질하기 시작했다.
남편 앤소니는 아직 침대에 앉아 새로 산 태블릿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다. 19세 아들 애런이 방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 쳐다보지 않았다. 없어진 개 때문에 엄마와 말다툼을 벌였던 아들과 별로 말하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다.
최근 애런의 행동은 통제 불가능의 상태였다. 애런은 자신이 인근 도로를 지나는 트럭의 유독 개스에 오염되었다고 확신했다. 냄새와 소음을 못 견디어 하며 엄마가 부엌에서 토티야를 태우거나 할머니가 방에서 TV를 크게 틀면 불같이 화를 냈다. 주먹으로 벽을 쳐 구멍을 내기도 했고 자살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한번은 엄마를 죽이는 꿈을 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들이 위험하다는 것은 너무 확실했다. 헤르난데즈 부부는 캘리포니아 주의 의료, 사법, 치안 관계기관들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도움은 언제나 일시적일 뿐이었다. 당국의 단편적 대책과 주 정신건강시스템의 불가해한 난맥상은 이들을 좌절케 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애런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든지 그 애가 가족 중 누군가를 해칠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을 우리는 매일 느끼며 살았다”고 신시아는 후에 털어 놓았다.
9월의 그날, 애런은 침대에 앉아 인터넷을 보던 아버지에게 다가 와 야구방망이를 내려쳤다.
3남매 중 막내인 애런은 기타를 치고 그림을 잘 그리던 소년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마리화나와 환각제 복용을 시작한 아들의 마약을 끊게 하려다 실패한 부모는 정신과에 데려갔다. 여러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 결과 나온 병명은 망상성 정신분열증이었다.
그 9월 아침 이전의 2년 반 동안 그들 가족은 악몽의 늪에 빠져 살았다. 애런은 72시간 강제 입원명령을 받아 8번이나 정신병원으로 실려 갔다. 경찰과 정신질환 관계자들에게 ‘5150 홀드’라고 알려진 이 강제 입원은 환자 본인이나 타인에게 즉각적 위험이 되거나 정신질환이 너무 심해 기본 일상을 스스로 할 수 없을 경우에 처해지는 조치로 환자 상태에 따라 14일 이상 더 연장될 수도 있다.
애런은 며칠 혹은 몇 주 있다가 퇴원 조치를 받아 나오곤 했는데 치료 지시를 거부해 상태가 다시 악화되는 ‘악몽 사이클’의 반복이었다.
증세가 극심한 환자에겐 법원이 후견인의 보호를 받도록 명령을 내리는데 그럴 경우 ‘후견인’으로 지명된 가족이 의료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환자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치료 시설에 감금시키고 강제로 투약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주법이 58개 카운티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각 지역의 예산과 병상 숫자, 카운티 관리, 의사와 판사들의 철학에 좌우된다. 그 결과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와 기간을 결정하는데 있어 카운티와 도시에 따라, 병원과 의사에 따라 환자의 인권 관련문제가 각각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헤르난데즈 가족이 사는 샌버나디노 카운티에 비해 다른 카운티에선 후견인 보호 명령이 훨씬 많이 내려지고 있다.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선 ‘로라의 법’도 시행되기 시작했다. 정신질환이 심한 환자들의 외래 진료를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그러나 인권 및 환자의 권리 운동가들은 이 같은 강제치료의 확대가 환자의 권리를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런을 도저히 통제하기 힘들어진 부모는 2013년 애런이 18세가 지난 후 그를 집에서 두 번 내쫓은 적이 있었다. 첫 번째 홈리스가 되었을 때 애런은 공공장소에서의 노출과 알코올 불법 소지 혐의로 체포되었고 두 번째 쫓겨났을 땐 두개골 골절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누군가가 스케이트보드로 구타했다는 것이다.
충격 받은 부모는 그를 다시 집에 들였으나 아들의 행동은 점점 더 그들을 불안하게 했다.
아버지 셀폰에 저장된 동영상에서 애런은 정신 사납게 서성이며 말한다 : “난 밖으로 나가고 싶어, 그런데 못 나가, 사람들이 나한테 자동차를 마구 집어 던지려고 해, 아, 온갖 매연을 내게 뿌려 대, 난 우리 동네에서 숨조차 쉴 수가 없어”부모는 아들의 병력을 기록한 서류를 작성해 아들이 입원했던 치노의 정신병원으로 가지고 가 의사의 소견서를 카운티로 보내주기 원했다. 그러면 카운티가 애런에 대한 후견인보호 명령을 법원에 요청할 것인지를 결정해주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병원은 소견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헬스케어 관계자들에 의하면 후견인 명령엔 환자의 상태기준이 대단히 까다롭고 인권문제로 법정소송에 휘말릴 경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또 정신질환자에 대한 장기입원 시설이 부족하여 의료진에게도, 카운티에게도 선뜻 나서기 힘든 일로 알려져 있다.
그 9월 아침 전날, 신시아는 자동차의 매연에 악마가 나타났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카운티 정신건강 위기팀에 연락했고 위기팀이 경찰을 보냈으나 경찰이 왔을 무렵 애런의 증세는 가라앉았다. 그날 오후 부모가 집에 없는 동안 애런은 애완견 ‘샌디’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야구방망이로 때려 죽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 야구방망이로 아버지를 내려친 것이다. 탄탄한 체격의 아버지는 110파운드 밖에 안되는 마른 아들에게서 야구방망이를 빼앗은 데는 성공했지만 아들의 다른 손에 칼이 들린 것은 보지 못했다. 칼을 휘두르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소리쳤다. “도대체 왜 그래? 너 이러면 감옥에 간단 말이야” “그냥 죽어, 아빠, 죽어”라고 말하며 아들은 아버지 얼굴을 칼로 찔러댔다.
도움을 요청하며 밖으로 뛰어나간 엄마를 쫓아온 에런은 이웃집 마당에서 엄마에게도 칼을 휘둘렀다. 아들이 휘두른 칼은 아빠의 얼굴에 길고 깊은 상처를 남겼고 엄마의 목을 찌른 칼끝은 동맥을 간신히 비껴갔다.
긴급 출동한 경찰의 테이저건에 맞고 쓰러진 애런은 살인미수와 동물학대 혐의로 체포되었다. 아직 재판 날자는 결정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매주 두 세 차례씩 구치소로 가 아들을 면회한다. 악몽의 끝을 끔찍하게 확인한 그는 이제야 ‘안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애런이 감옥이 아닌 정신병원으로 보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치소에게 약물치료를 받고 상태가 좋아진 애런은 “그렇게 사랑했던 내 개를 내가 죽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내 부모님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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