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치 산맥’에 매료 정착하는 경우 많아
▶ 투자 몰려 활기 “이젠 정치력 신장 눈돌려”
※ 광복 70돌 특별 기획
【제2편 ‘동토 녹이는 코리안 스피릿’ 알래스카의 한인들】
③ 알래스카의 중심 앵커리지
100년 전 알래스카 남단 닉강(Knik River)과 바다가 만나는 삼각주 평지에는 수백개 하얀 텐트가 들어섰다. 일명 텐트시티(Tent City).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라스트 프론티어로 몰려온 사람들은 텐트촌으로 앵커리지 역사를 시작했다. 앵커리지는 1964년 오후 5시36분 약 38초 동안 지축이 흔들린 대지진(규모 9.2)도 겪었지만 오늘날 알래스카 제1도시로 성장했다. 도시 탄생 반세기 후 한인 이민자들도 마지막 미개척지 개발에 합류했다. 약 100개 언어가 사용되는 다민족·다문화 도시인 앵커리지에서 한인사회는 저력을 보이는 소수계란 평가를 받고 있다.
- - -
한국일보 특별취재진을 만나러 공항까지 마중 나온 LA 출신 이리애(60)씨는 이 동네 주민이 된 지 이제 6년째다. 이씨는 남편 곽성호(52)씨를 LA 에버그린 산악회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평생 산을 타던 남편은 캘리포니아 존 뮤어 트레일을 완주하러 미국에 왔어요. 알래스카 매킨리산을 갔다 온다더니 ‘LA 안 돌아가고 여기 살래’ 하대요. 결국 제가 날아 왔죠”
알래스카 제1도시 앵커리지에 도착하면 도시 북쪽 ‘추가치 산맥’(Chugach Mountains)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구 30만의 도시 북쪽에 웅장하게 펼쳐진 3,500~8,005피트 높이의 이 산맥은 지난 100년 동안이씨 부부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앵커리지에 정착하게 만들었다.
엥커리지 한인 사회는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를 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자연을 벗 삼은 앵커리지 한인사회는 이민사 50여년 내공을 바탕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선순환구조를 만든 모습이다. 한인인구 약 8,000명(유동인구 포함)이 자체 상권을 구축하며 앵커리지 주류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알래스카 한인록(총 118쪽)에 따르면 한인사회 주력분야는 청소, 세탁, 건축, 식당 업종부터 법률, 의료, 회계, 호텔, 교육, 관광 및 부동산 투자까지 앵커리지 전 경제 영역으로 확장됐다.
앵커리지 거주 18년째인 김정대(50)씨는 오는 10월 한인 최초로 앵커리지 국제공항 터미널에 식당 ‘스시 온 더 플라이’를 개업한다. 김씨는 한인사회의 성장 이유를 “여기 한인들은 여름엔 죽도록 일하고 겨울에는 휴식을 취한다.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각자 목표를 정하고 실천에 몰입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최근에는 LA와 시애틀 등 미 서부지역 한인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앵커리지를 찾고 있다. 이들은 앵커리지국제공항 인근 중대형 모텔과 호텔 7개 이상을 운영 중이다. 현지 정착을 택한 한인 1.5~2세들은 공무원 등 주류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한인사회 위상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14년 만에 한국일보 취재진을 다시 만난 최화섭 앵커리지 전 한인회장은 “앵커리지가 주축인 알래스카 한인사회는 더 이상 미주 한인사회의 변방이 아니다”라며 “앵커리지 한인사회가 경제적 성장을 이룬 만큼 정치력 신장을 위한 도약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앵커리지 한인들 주력 업종은
앵커리지 한인 이민 1세대 남성들은 ‘청소, 페인트, 건축’ 업종을 현지적응에 꼭 필요했던 통과의례로 꼽고 있다. 중장년 남성 상당수는 지금도 이 업종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눈과 비가 많이 오는 앵커리지는 주택과 상가, 빌딩 유지보수가 필수라 해당 분야 수요가 줄지 않는다.
한인업체 FA컨트랙터에서 일하는 곽성호씨는 “페인트 일은 장시간 노동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영어가 어려운 한인 중년들에겐 안정적인 일자리”라며 “일이 숙련될 경우 시간당 20달러 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앵커리지 건축업체는 약 10개다. 이들 업체는 건물 외관 유지보수부터 주택, 콘도, 상가 신축까지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앵커리지 거주 11년째인 김인근(55)씨는 “건축업은 5~8월 사이가 가장 바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중장비 업체까지 인수해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급공사를 전담하는 중견 건설업체도 생겨났다.
건설업체 SMJ 대표 장태영씨는 “앵커리지 한 해 새로운 관급공사 투입액만 1억달러일 정도로 알래스카 전역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토목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며 “한인 업체들이 역량을 키워 각 지역 관급공사를 수주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앵커리지와 알래스카
알래스카 제1도시 앵커리지(Anchorage)는 겨울 평균기온은 화씨 24도, 여름 평균기온은 화씨65도 정도다. ‘세계 항공교통의 요충지’로 불리는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최대 도시로 인구는 2013년 약 30만1,100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1867년 제정 러시아로부터 에이커 당 단돈 2센트, 총 720만달러의 가격에 거대한 알래스카의 땅덩어리를 사들였다.
당시 미국 의회와 언론은 러시아와 계약에 서명한 국무장관 수워드를 향해 ‘너희 집 냉장고로나 써라’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한동안 불모의 알래스카를 ‘수워드의 어리석음’(Seward’s Folly)이라고 부르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968년 터진 프르드호만 유전은 알래스카를 희망의 땅으로 바꿔 놓았다.
프르드호만(prudhoe bay)에 매장된 원유는 75억배럴로 미 전체 매장량의 33%, 주 정부 재정수입의 약 80%를 차지한다. 천연개스는 34.2조큐빅피트로 미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주정부는 유전 수입의 25%를 영구기금(Permanent Fund)에 적립한 뒤 이익금을 주민 수대로 나눠 지급한다. 2014년 주민들은 1인당 약 1,800달러의 배당금을 받았다.
<
김형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