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노르차, 성 베네딕트 수도원 사제합창단 CD
▶ “영적 구원과 평화의 기도”담긴‘베네딕타’인기 폭발
성 베네딕트 수도원. 기도하고, 노래하고, 맥주도 양조하며 자급자족하는 이 수도원 17명 사제 중 12명이 미국 출신이다.
성 베네딕트 수도원 성가대 지휘자 바질 닉센 사제(가운데)가 수도승들과 함께 녹음작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중부의 고대도시 노르차(Norcia)는 옛 부터 야생돼지 소시지와 검은 송로버섯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제 또 하나 유명한 게 생겼다. 노래하는 수도승들이다.
“우린 하루 9번씩 찬양을 합니다. 그걸 합하면 일 년 365일, 비가 오나 해가 뜨나 매일 5시간씩 노래를 하는 것이지요”라고 노르차의 성 베네딕트 수도원을 이끄는 미국출신의 사제 카시안 폴섬은 말한다.
그러나 수도승들의 찬양을 듣기 위해 성 베네딕트의 출생지인 노르차까지 갈 필요는 없어졌다. 그들이 부른 성가가 CD로 발매되어 인기를 모으더니 금년 여름 빌보드차트 클래식 전통음악 부문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폴섬 사제(63)는 “사람들이, 비신자들까지도, 무언가 영적인 것을 갈구하고 있다”면서 “이 음반이 그 같은 간구에 응답이 된다면 우리는 매우 기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 전역에서 수도원 음악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미주리 주 가워의 베네딕트 수녀원의 음반은 지난 2년 동안 3번이나 빌보드차트에 올랐고 미시간 주 앤아버의 도미니칸 수녀원의 CD도 발매되었다. 그리고 CD 발매로 주요 역사를 기념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캔사스 주 애친슨에 있는 성 베네딕트 사원과 마운트 성 스칼라스티카 수도원은 150주년을 기념해 CD를 발매했다.
많은 목소리가 하나인 듯 노래하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부드러운 음색은 평온하고 영적인 위로를 준다. 그 핵심이 연주가 아니라 기도이기 때문이다.
“노래하는 내용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폴섬은 수도승들의 노래에 대해 설명한다. 인디애나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는 대학시절 소명을 깨닫고 수도원으로 들어왔다.
수도승들의 CD ‘베네딕타( Benedicta)’는 성경, 특히 시편과 성모 마리아의 생애에 근거한 음악인데 수도원 생활의 1,500년 된 가이드인 ‘성 베네딕트의 룰’에서 뽑은 문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중 일부는 우리에겐 대단히 소중하고 익숙한 기도”라고 수도원의 성가대 지휘자인 바질 닉센(33) 사제는 말한다. 애리조나에서 태어난 그는 “이 음악의 아름다움과 질서와 평화가 이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같은 평화를 찾을 수 있게 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래미 수상 제작자인 크리스토퍼 앨더는 녹음작업을 감독하기 위해 영국에서 날아왔다. 그들의 노래 속에 담긴 진정성을 들었던 것이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좋은 의미의 최면과 명상, 무언가 영원한 것이 있었다”고 앨더는 말했다.
노르차는 움브리아 산맥아래 자리 잡은 오래된 도시이지만 거의 200년 동안 수도승들이 살지 않았다. 1800년대 초 교권반대주의의 물결 속에서 나폴레옹 법전에 의해 수도승들이 모두 축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온 것은 15년 전. 5,000명의 마을 전 주민이 수도승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진정서에 서명을 해 베네딕트회의 세계 지도자에게 보낸 결과였다.
현재 수도원 17명 수도승 중 12명이 미국출신이다.
“마을 주민들은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 이야기할 사람이 간절할 때 수도승을 찾아온다”면서 폴섬은 “200년이 지나 수도승을 되찾은 것은 마을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수도승들은 자급자족해야 한다. 그래서 노래나 기도를 하지 않을 땐 맥주를 만든다. ‘비라 누르시아(Birra Nursia)’가 성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만드는 맥주의 이름이다. ‘누르시아’는 시 이름 ‘노르차’의 라틴어 버전이다.
맥주양조 기술의 비결은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수도승들로부터 전수받았다. 그들이 만드는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Ale)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품맥주로 꼽힌다.
베네딕트 수도원의 개조한 차고가 양조장이며 맥주를 병에 담는 병입실은 지하에 마련되었다. 5명의 수도승이 ‘양조팀’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병입 작업에는 수도승 전원이 교대로 참여하고 있다.
‘비라 누르시아’는 2013년 프란체스코 교황을 선출한 교황청의 비공개회의 콘클라베에서 서브되기도 했다.
물론 노르차의 수도승들이 가끔 나누기도 한다. 노래보다는 맥주가 복음전도에도 더 “인기가 있다”고 인정하는 폴섬 사제는 “맥주마시기는 누구나 좋아하니까요. 비신자들도 맥주를 마시러 수도원에 들렀다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보다 중요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화’의 기회가 최근 암 재발 진단을 받은 폴섬 사제에겐 뜻 깊은 일이다. 2006년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고 투병 후 완치했다고 생각했는데 재발한 것이다.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받았다. “누구에게나 암 선고는 삶을 바꾸게 하지요. 내겐 보다 깊은 인내와 관용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암 진단을 받은 후 노르차 주민들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요즘엔 암 진단을 받으면 모두 내게 옵니다. 유대감이 생기니까요. 그러므로 암은 내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도 고통 받는 타인에게 더 많은 연민을 갖게 해 준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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