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명 사망·수십명 부상·100만명 대피…여진 이어져 시민들 거리서 밤새
▶ 최고 4.6m 쓰나미 덮쳐…’5년 전 늑장대응’ 비판받던 바첼레트 정부, 신속 대응
무너진 집 바라보는 이야펠 주민들(EPA)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칠레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해 태평양 곳곳에서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울렸다.
1천㎞ 밖에서도 감지될 정도의 강한 지진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파도가 몇몇 해안도시를 덮쳐 주민들이 고지대로 집단 대피하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지진과 함께 칠레 해안 전역에 발령된 쓰나미 경보는 17일(현지시간) 새벽 해제됐다.
◇ 연휴 앞둔 저녁 ‘날벼락’…수천 명 거리로 뛰쳐나와
16일 오후 7시54분께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북서쪽으로 228㎞ 떨어진 태평양 연해에서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칠레 역사상 6번째로 강한 지진이었으며, 올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가장 강력했다고 칠레 내무부는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진원의 깊이가 25㎞로 얕은 편이어서 칠레는 물론 아르헨티나, 페루 등 주변 남미 국가에서도 동시에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어 규모 6.0 이상의 여진이 5차례 뒤따라 산티아고 등 칠레 중·북부 곳곳에서 건물이 흔들리고, 겁에 질린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등 큰 소동이 빚어졌다. 이 중 1차례는 규모 7.0이 넘는 것으로 기록됐다.
진원에서 불과 54㎞ 떨어진 이야펠 시에서는 토담이나 벽돌로 지은 낡은 집 여러 채가 무너져 26세 여성 1명이 벽에 깔려 숨졌고, 산티아고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주민 1명이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칠레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들을 포함해 최소 8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실종자도 몇 명이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북부와 중부 해안 지역의 13만5천 가구 이상에 전력 공급이 끊겼으며,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이야펠이 있는 코킴보 주 초아파 중부는 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지진으로 통신 사정이 불안정하고 밤 시간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산티아고와 코킴보, 라세레나, 로스빌로스 등에서 쇼핑몰 천장이 무너져내리거나 슈퍼마켓과 주택 내 벽과 가구 등이 부서진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튿날에도 계속 강한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에 18일 독립기념일 연휴를 이틀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산티아고와 북쪽 지방을 연결하는 도로가 폐쇄되고 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된 것은 물론 일부 도시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강진으로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양대 광업회사인 코델코와 안토파가스타PLC는 직원들을 긴급히 대피시키고 조업을 중단했으며, 전국 대부분의 학교도 다음날 휴교할 예정이다.
아울러 칠레에서 1천400㎞ 떨어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강한 진동이 전해져 시민들이 집단 대피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뿐만 아니라 멘도사, 로사리오 등에서도 건물 안에 있던 주민들이 대피에 나섰다.
한편, 칠레에 거주 중인 교민 등 한국인 2천700여 명 가운데 확인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 최고 4.6m 쓰나미 덮쳐…100만 명 대피
이날 강진 직후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칠레 해안 전역과 인접국 페루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의 중남미 국가들, 뉴질랜드,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일부, 심지어 일본에도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PTWC는 경보를 내리면서 "광범위하고 위험한 쓰나미 파도가 칠레와 페루 해안에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칠레 국립재난관리청(ONEMI)은 남부 푸에르토아이센부터 북부 아리카까지 3천900㎞에 이르는 해안가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대피령을 내려 100만여 명이 집을 떠나 자동차나 도보로 고지대를 향해 피난길에 올랐다.
쓰나미 파도는 지진 발생 30분도 안 돼 해안 도시 통고이를 맨 처음 덮쳤고, 이어 2시간 만에 북부 코킴보에 도달했다.
코킴보에서 최고 4.6m 높이의 파도가 들이닥쳐 시가지 일부에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코킴보를 제외한 나머지 해안 도시에서는 파도 높이가 1.9m를 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칠레 해안 전역에 내려졌던 쓰나미 경보는 17일 새벽 모두 해제됐다.
1m 안팎의 파도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뉴질랜드 정부는 동쪽 해안 주민들에게 바다와 해변에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지역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으나, 육지까지 쓰나미가 들이닥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쓰나미는 지진 발생 시간으로부터 15시간 뒤 뉴질랜드까지, 21시간 뒤 러시아까지 각각 도달할 전망이다.
◇ 칠레, 왜 지진 많이 발생하나
칠레는 ‘불의 고리’에 속한 태평양 연안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 중 하나다.
밀도가 높은 해양 지각판인 ‘나스카판’이 더 가벼운 대륙 쪽 ‘남미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경계선 바로 위에 위치해 있어 유독 규모가 큰 지진이 많다.
관측사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된 1960년 9.5 규모의 지진도 칠레 남부 테무코 인근에서 일어났다.
1천600여 명의 사망자와 200만 명의 이재민을 낸 이 대지진은 칠레 해안선 모양을 바꿀 정도로 강력했다.
지난 2010년 2월에는 콘셉시온 등 중부 일대에서 규모 8.8의 강진과 쓰나미까지 발생해 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적도 있다.
칠레는 지난해 2월에도 북부 이키케 인근에서 규모 8.2의 강진을 겪어 6명의 사망자를 냈다.
USGS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1973년 이후 지금까지 규모 7 이상의 강진만 10차례 넘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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