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콜롬비아 이어 미국 본토까지 상륙
▶ 영국·프랑스·대만도 성인 감염자 발생 비상 “카니벌축제 인파 겹치면 무작위로 퍼질 것”

소두증이 확산되고 있는 콜롬비아의 알레한드로 가비리아(오른쪽) 보건장관이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전 세계 확산
연방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머리 크기가 정상보다 작은 선천성 기형 ‘소두증’(Microcephaly)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뉴욕 보건 당국은 브라질 등 남미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시민 3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브라질을 여행한 임신부가 최근 하와이에서 소두증 아이를 출산해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을 우려하던 보건 당국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브라질서 시작 크게 확산
브라질 발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만 지금까지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4,000여건의 소두증 의심사례가 보고됐고, 중남미는 물론 미국, 영국 등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안이한 초기대응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져 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2월 초 예정된 브라질의 ‘카니벌 축제’가 지카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 26개 주 중 21개 주로 확산돼 사실상 브라질 전역에 유행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보건당국에 신고 접수된 소두증 의심사례는 3,893건. 이 가운데 실제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이 확진된 신생아는 224명이다. 사망자는 46명으로 추정된다. 브라질 당국은 성인까지 포함하면 40만~140만 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과 인접한 중남미 국가들에도 이미 지카 바이러스는 널리 퍼져 있다. 브라질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은 콜롬비아에서는 지난해 1만1,000여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297명이 임신부로 확인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가임기 여성들에게 “바이러스 유행이 끝날 때까지 임신을 미루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자메이카와 엘살바도르 정부도 각각 2017년, 2018년까지 임신을 피하라는 ‘임신단속’에 나선 상태다.
중남미 밖 국가들도 바이러스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리노이 에서 임신부 2명이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하와이 플로리다 뉴욕 등에서 순차적으로 환자가 발견되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안전지대를 벗어났다. 이밖에 비교적 중남미와 멀리 떨어진 영국과 프랑스, 대만에서도 성인 감염자가 발생해 브라질 발 지카 바이러스 공포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방역 실패가 부른 ‘인재’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브라질에 유입되어 유행했는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세계 각지 축구팬들이 몰렸던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모기 번식에 최적화된 브라질의 고온다습한 기후도 감염을 가속화한 배경으로 꼽는 정도다.
브라질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뎅기열ㆍ아르보바이러스 학회의 아서 티메르만 회장은 최근 월스트릿저널과 인터뷰에서 “브라질 정부가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간과해 초기대응을 거의 하지 않았다”라며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소두증이 최대 10만건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난도 바이러스 대응능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브라질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과도한 사회복지 예산지출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재정부족에 빠진 공립 병원들이 의사와 간호사의 월급 지급을 연체하고, 떨어진 약품을 채워 넣지 못해 상당수 휴업에 들어가는 의료 비상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난이 가져온 의료공백이 방역과 예방조치, 초기진단 실패를 가져 왔다”고 분석했다.
◆세계의 축제가 세계의 재앙되나
모기 등 해충을 통해 감염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접촉 전염이 이루어지는 조류 인플루엔자(AI)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과 달리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럼에도 세계가 브라질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는 내달 수백만 인파가 몰리는 ‘카니벌 축제’가 개막하기 때문이다.
실제 브라질의 2월은 우기가 시작되는 한여름으로 모기 번식이 1년 중 가장 왕성한 시기이다. 관광객들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축제에 참가해 모기에 물릴 확률도 높다. 브라질 전염병학회의 낸시 벨리이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카니벌에 참가하는 수백만 인파와 지카 바이러스의 결합은 질병을 무작위로 퍼뜨리는 ‘폭발적인 칵테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브라질은 올해 8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세계의 축제’가 ‘세계의 대재앙’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라질 올림픽위원회 마리우 안드라지 대변인은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8월은 겨울철이라 바이러스 감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개적으로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우려를 표시하는 등 공포가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 지카 바이러스란?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 모기에 의해 감염되며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지카 숲의 붉은털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2007년까지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14건에 불과하지만 이후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병 사례가 늘었다.
감염 초기에는 열이 나고 눈에 통증과 염증이 생긴다. 발진과 함께 손과 발이 붓거나 일부 토하기도 한다. 사람 간 전염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헌혈과 성관계로 전염된 경우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아직 감염에 따른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신생아 소두증(Microcephaly)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두증 신생아는 임신 중이나 출산 직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생존하더라도 정신지체, 뇌성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머리 둘레가 32㎝ 이하인 상태로 태어난 신생아를 소두증 환자로 간주한다. 정상아의 머리 둘레는 34∼37㎝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성인은 단순 발열과 발진 뒤 대개 1주일 안에 회복된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된 후 전신마비를 유발하는 ‘길랭-바레(Guillain-Barre) 증후군’ 환자가 급증해 당국이 바이러스와의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다. 브라질의 요청을 받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카 바이러스와 증후군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미 CDC는 최근 브라질 등 중남미를 여행한 임신부 중 여행 전후 발열과 염증을 일으킨 경우 지카 바이러스를 의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성인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중남미를 다녀온 모든 임신부가 소두증 진단을 위해 초음파 스캐너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CDC의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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