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60킬로미터씩 고강도 훈련, 올림픽선수 중 최대 칼로리 소모
▶ 평균 남자의 3배 이상 섭취, 하루 종일 먹고 또 먹어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마틴 모엘러. 하루 4~5시간 연습하는데 8,000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 [사진 James Hill/NY Times]

몇 시간동안 팔, 다리 등의 모든 근육을 다 사용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체력 소모가 가장 큰 스포츠다. 평창올림픽에서 러시아 팀이 50km 경기를 하고 있다. [AP]
평창 동계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관련 스토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의 엄청난 식사량이 화제다. 뉴욕타임스 기사 전문을 요약한다.
그린 랜드에 거주하며 덴마크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표선수로 출전한 마틴 모엘러에게 가장 힘든 것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혹독한 훈련도, 경기의 스트레스도 아니다. 그것은 먹는 일, 먹고, 또 먹는 일이다.
“먹기가 지겨워 죽겠어요. 언제나 머리 속 생각은 두 시간 후면 또 먹어야한다는 압박감이랍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만큼 체력을 소모하는 스포츠는 드물다. 한 번에 몇 시간씩 팔, 다리, 복부, 등의 모든 근육을 다 사용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끝날 때면 결승 라인에서 쓰러지는 선수들을 종종 보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남자 50킬로미터, 여자 30킬로미터에 출전한 선수들은 이 경기를 위해 하루에 4~5시간씩 60킬로미터를 커버하는 훈련을 받았다. 인간 체력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연습량이라, 동계 하계를 통틀어 올림픽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칼로리를 연소하는 선수들이 바로 이 종목 출전자들이다. 물론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도 대식가들이긴 하지만(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식사량이 화제가 됐듯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만큼 칼로리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지는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이야기다.
상위권 선수가 훈련 중에 소모하는 칼로리 양은 1분당 30칼로리에 달한다. 전신 근육을 사용하는 일립티컬 머신에서 155파운드인 사람이 운동할 때 소모하는 칼로리가 분당 11칼로리인 것을 생각해보면 그보다 거의 3배나 되는 양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형적인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가 운동하면서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는 7,000~8,000으로, 보통 평균적인 남자보다 3배 이상 섭취해야 한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3,500에서 4,000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는데 이 역시 평균적인 여성의 일일 소비량의 2배 정도 되는 양이다.
스웨덴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가장 훈련 강도가 높은 날에 필요한 칼로리는 남자 8,126, 여자 4,780으로, 케냐의 마라톤 선수들이 소모하는 칼로리의 두 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8,000칼로리를 섭취하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라자냐 20인분, 혹은 아이스크림 40스쿱에 해당한다. 그런데 크로스컨트리 스키어들은 보통 체격이 날씬하고 위가 크지 않은 편이어서 하루에 여러번 식사를 해야만 하고, 때문에 운동 스케줄을 먹는 시간에 맞춰서 세우는 일이 당연하다. 따라서 칼로리 바, 스포츠 드링크 등 먹기 쉽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고, 백팩에는 언제나 비프 저키와 아몬드가 들어있다. 식후에는 꼭 디저트를 먹는다.
여자 스키애슬론 15킬로미터에서 62명 중 34위에 머문 미국 스키선수 케이틀린 패터슨(28) 역시 늘 먹는 생각을 한다고 고백했다. “너무나 중요한 일이거든요. 연료를 잘 채워넣어야 경기 성적이 제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5피트 9인치에 132파운드인 패터슨은 훈련 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3,500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 아침에는 버터에 프라이한 계란 2개위에 녹인 체다 치즈를 올리고 2장의 토스트는 잼을 잔뜩 발라 먹는다. 살찔 걱정이나 죄책감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오히려 “영양 면에서 훈련에 필요한 영양분을 잘 조합한 메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아침 훈련이 끝나자마자 패터슨은 비프저키, 아몬드, 피그 뉴턴스(Fig Newtons) 두어 개와 오렌지로 약 300칼로리를 보충한다. 점심은 집에서 먹는데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나 케사디야에 메이플시럽·겨자 드레싱이 듬뿍 뿌려진 샐러드를 큰 접시로 하나 가득 먹고는 디저트로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보울 가득히 담아 먹는다. 그렇게 한두 시간을 쉬고 나면 오후 훈련을 위해 먹을 일을 또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스키연맹의 메디컬 오피서인 닥터 올라 론센은 “선수들이 평소에는 충분히 먹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어떤 선수들은 훈련이 없는 날에는 보통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에도 못 미치는 1,000칼로리의 섭취에 그치기도 하는데 훈련이 없어도 같은 식사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닥터 론센의 설명이다.
그녀가 지적한 많은 선수들의 또 다른 문제는 훈련으로 소모된 에너지가 완전히 채워지기 전에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훈련 중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근육에서 가져다 쓰는데 그걸 다시 채워 넣을 때는 음식이 소화되어 근육으로 가기 전에 위가 가득 찬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 닥터 론센은 배부르다는 신호는 믿을만한 게 못 된다고 말했다.
마틴 모엘러는 하루 종일 먹느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방해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6세와 8세 난 두 아들이 종종 “아빠, 또 먹어야 해요? 지금?”이라고 묻는다고 말한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해서도 “잠깐 기다려라, 얘들아. 아빠가 먹어야 해”라며 놀이의 흐름을 끊게 되곤 한다는 애로사항을 이야기했다.
6피트에 176파운드인 그는 하루에 4~5시간 연습하는데 8,000칼로리를 섭취하느라 엄격한 식사 스케줄을 지키고 있다. 아침(여러개의 계란프라이, 오트밀, 콩요리), 점심(미트소스 파스타, 프라이팬에 튀긴 생선, 샐러드), 저녁(가족이 먹는 메뉴의 2인분) 외에도 2회의 훈련 전 미니식사, 2회의 훈련 후 회복식사, 그리고 취침 전 야식(오트밀, 빵, 치즈, 햄, 꿀, 스포츠 드링크, 치즈 케익이나 초컬릿 케익 혹은 도너츠 중에서 좋아하는 조합으로)을 먹고 있다.
훈련 강도가 심한 주간에는 선수들이 더 힘들어진다. 체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에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때때로 먹는 일은 운동만큼이나 힘든 도전이 되곤 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선임 영양학자 수지 파커 시몬스는 여자 선수들은 이 문제로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월경 주기와 뼈의 골밀도 손실 때문이다. “필요한 칼로리를 채우기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한 그녀는 경기가 있을 때는 스포츠 드링크나 젤, 바, 스무디, 피넛 버터 젤리 샌드위치 등 칼로리가 농축된 음식을 준비해 선수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15킬로미터의 동메달을 땄던 스웨덴의 다니엘 리카르드손(35)은 경기 도중에는 15~20분마다 100그램의 탄수화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도우미들이 건네주는 스포츠 드링크를 마신다고 말했다.
그와 동료 선수들은 매일 3끼의 레귤러 식사(죽, 치즈와 고기 샌드위치, 퀴노아, 튜나, 치킨, 야채)와 야식을 포함한 6회의 작은 식사(고단백 요거트, 바나나, 달걀, 치즈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리카르드손은 “아침 먹고 훈련하고, 점심 먹고 쉬고, 다시 먹고 훈련하고, 또 먹고 쉬고, 다시 먹는 거지요. 그게 우리들이 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모엘러는 앞으로도 계속 스키와 마라톤은 하겠지만 국제 경기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많이 쉬고, 훈련도 줄이고, 음식도 엄청 적게 먹을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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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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