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훈족에 의해서 게르만 민족이 대이동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서로마제국은 몰락하였다. 그리고 초기 중세로 넘어가면서 유럽 지역에는 프랑크 왕국, 신성로마제국이 생겼다. 그러다가 슬라브 민족과 서쪽으로 이동한 훈족, 아바르족, 불가르족들의 유럽 이주로 수많은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후 본격적인 중세로 넘어가면서 수많은 왕국이 생기고 또 그들 간 끝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근대부터 20세기까지 유럽의 주도권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가 백년전쟁을 하였고, 이어 세계 1차와 2차대전을 겪으면서 유럽에서 더 이상 전쟁은 의미가 없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의 통합노력은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1957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서독, 이탈리아, 프랑스 6개국이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시초로 하여 1993년 유럽 연합(EU)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7차례에 걸친 확장을 통해서 현재 유럽 연합에는 27개 국가가 가입되어있다.
로마제국 아래 하나의 유럽이었지만 분열되면서 수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문화와 역사와 언어를 발전시켰고 결국 각자의 민족국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느슨한 경제공동체의 실험을 통하여 유럽연합으로 거듭나 오늘날 유럽은 로마제국 이후 가장 광범위한 정치 경제 통합의 연합으로 거듭나고 있다.
영국의 13개 식민지로 출발하여 독립전쟁으로 북미 대륙에 가장 현대화된 제도로 나라를 세운 미국은 계속적으로 원주민들과 전쟁을 통하여 영토를 확장하다가 아프리카 출신 흑인노예제도 폐지를 놓고 4년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통해서 하나의 연방으로 통일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남부와 북부가 정서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인종차별, 낙태, LGBTQ, 이민, 사회복지 정책을 놓고 중부와 남부를 대표하는 공화당과 동북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민주당으로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로마제국 몰락 이후 유럽은 오랜 전쟁으로 서로 지치면서 통일의 시기를 놓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가 아물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경제를 중심으로 느슨한 통합 방식인 연합국가를 구성하였다. 반면에 미국은 연방이 분열되자마자 바로 전쟁을 통하여 상처를 강제적으로 봉합하면서 연방국가의 통일을 할 수 있었다.
한반도도 분단되자마자 전쟁이 일어났지만 봉합을 통한 회복과 같은 통일은 되지 못했고 세대가 두 번 바뀌는 70년이 흘러 분단의 당사자들도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처가 아물었다. 미국처럼 분단 당사자들에 의한 통일보다는 장기적으로 전후 세대들의 통합 노력으로 유럽연합과 같은 방식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미국이 남북전쟁으로 통일되어 상처가 봉합되었다고 생각했지만 150년이 흐른 지금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못하고 재발되는 것을 3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확인하였다.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예상치 못했던 불행이 닥칠 수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인이 아니라 통합을 이야기하고 그 대안을 내놓는 정치인이 절실하다. 9월 노동절 이후부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각 당의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인데 유권자로서 이 점을 명심하고 정치지도자들을 지켜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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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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